삼성전자 美가전공장 후보지 3곳으로 압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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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삼성 “美 투자 검토”

일러스트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설립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건비가 비싼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대로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에 엄청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진퇴양난’에 몰려 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가전공장을 지을 후보를 놓고 미국 내 다수의 주와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지로 유력한 곳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등이다. LG전자가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도 이 근방이다. 앨라배마와 조지아는 각각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가 가전 공장 후보지로 검토 중인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삼성전자가 가전 공장 후보지로 검토 중인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현재로서는 미국 주정부 중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바다와 인접해 있어 허리케인이 자주 상륙하는 것이 문제다. 가전공장을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큰 환경이어서 삼성전자도 막바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미국 공장 설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초기 투자는 약 3억 달러(약 3450억 원)로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규모까지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불공정 무역행위로 미국 기업들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비판한 지 이틀 만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큐 삼성’ 트윗에 이은 삼성의 대(對)미 투자 ‘대못 박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달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건설할 것이란 외신 기사를 링크하면서 이 코멘트를 남겼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정부의 해외 기업 압박을 거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약 3억 달러를 들여 오븐레인지 생산 기지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앨라배마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와 초기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 중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블라이스우드가 가장 강력한 후보 지역”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로서도 반덤핑 관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쳐 더는 선택을 미루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국은 올 초 중국에서 생산된 삼성과 LG의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확정했다. 인건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세탁기 공장을 미국에 지어 관세를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연 세탁기 신제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거점 전략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뉴욕의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 압력을 회피하고, 트럼프 새 행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미국 내 가전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런 방침이 알려지면서 5개 주뿐만 아니라 10개 이상의 주에서 ‘삼성 가전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 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유치 경쟁에 나선 주정부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공장 건설을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을 보장받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jhk85@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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