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 기자의 머니 레시피]“은퇴시점 정하면 알아서 굴려줍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타깃데이트펀드’ 활용하기

《 같은 고기나 채소도 찌고 굽고 튀기고 데치고 무치는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무 배추 등 재료에 따라 다른 김치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금융 투자도 비슷합니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투자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목돈 마련부터 노후 대비까지 알짜 ‘머니 레시피’를 들려드립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7일 TDF 상품인 ‘한국투자TDF 알아서펀드’를 선보였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가운데)이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펀드 1호에 가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7일 TDF 상품인 ‘한국투자TDF 알아서펀드’를 선보였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가운데)이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펀드 1호에 가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30대와 50대의 ‘연금 투자 요리법’이 같을 수 없습니다. 기본은 은퇴까지 남은 시간과 앞으로 벌 소득 등을 고려해 연금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30대인 저는 정년까지 25년이 남았습니다. 은퇴 자산을 불리기 위해 조금은 위험을 감수해 볼 만한 나이입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크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높은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정성에 무게를 둬야 합니다. 채권처럼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요리법’이 더 건강한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젊을 때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이처럼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춰 개발된 연금 상품이 요즘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인생 솔루션’이라는 별명이 붙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입니다.

TDF는 가입자가 스스로 판단해 운용을 해야 하는 기존 연금 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Targer Date)을 정해주면 그때를 기준으로 펀드가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입니다. 은퇴 시점이 한참 남았을 때는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 투자를 하지만,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모아둔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보수적 투자로 바뀌는 식입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86%가 연금을 TDF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퇴직연금보장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 전략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TDF에 가입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TDF 시장 자산 규모는 2015년 말 현재 900조 원에 이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TDF 상품이 나왔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미국 캐피털그룹과 손을 잡고 ‘한국형 TDF’를 내놨습니다. 2015년부터 2045년까지 5년 단위로 은퇴 시점에 맞춰 7개 상품으로 구성됐습니다. 상품이 나온 지 10개월 만에 수탁액이 7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미국 내 TDF 시장 3위인 티로프라이스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7일 ‘한국투자TDF 알아서펀드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는 한국자산도 섞어서 환율을 헤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KB자산운용도 다음 달 글로벌 1위 TDF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MOU를 체결하고 이르면 6월 관련 상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박진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TDF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자산배분 솔루션이 아니다. 펀드를 베이스로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고려한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리밸런싱해주는 ‘인생 솔루션’”이라고 설명합니다.

TDF는 버는 동안 적립하고 은퇴한 뒤부터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 상품입니다. 요리로 치면 몇 시간을 푹 고아낸 곰탕같은 상품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 자산을 조금씩 섞어 만든 샐러드 같은 상품이기도 합니다. 수익률은 연 5∼6%대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 배분형 상품인 만큼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원금 손실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손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이나 채권 등 TDF의 자산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이 있지만, 다른 펀드에 비해 장기간 투자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장기간 가입해야 유리한 연금 펀드인 만큼 은퇴 시점과 노후 계획을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