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260개 스타트업 투자 GS홈쇼핑, 성공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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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CVC) 전략

한국에서 벤처 투자를 열심히 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삼성전자, LG전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터넷의 강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꼽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니면서도 벤처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이 있다. GS홈쇼핑이다.

GS홈쇼핑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벤처 캐피털을 만드는 ‘기업 주도형 벤처 캐피털(CVC)’ 전략을 통해 약 260개의 스타트업에 직·간접으로 투자하고 있다(2016년 말 기준). 돈만 넣는 게 아니다. 자사의 인력을 투자한 회사에 파견해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재무 성과도 좋다. 내부적으로 추정하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평가 가치는 원금의 약 170%다. 미실현 수익이긴 하지만 현재 가치만 놓고 보면 전문 투자사들 못지않다.

유통, 쇼핑 기업인 GS홈쇼핑이 웬만한 IT 대기업보다도 더 열심히 벤처 캐피털 투자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8호(2월 1호) 케이스 스터디에서 자세히 분석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 불확실한 시대엔 공격이 최선의 방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TV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이 홈쇼핑 업계의 걱정거리다. GS홈쇼핑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열풍이 불었을 때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업계를 주도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몇 년 전부터 모바일 기반 쇼핑몰 사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과거 PC 기반의 쇼핑몰에 투자했을 때에 비해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발 업체들이 치고 올라왔다. G마켓과 이베이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 그리고 쿠팡과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회사들이 급성장했다. 이들은 기존 유통업체들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데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서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쇼핑 서비스들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앞으로 모바일이 쇼핑의 중심이 될 것이며, 대기업이라도 언제든 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GS홈쇼핑 임직원 대부분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TV와 PC 기반의 쇼핑 사업이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회사의 무게중심을 모바일 사업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었다. 그 대안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주목했다. 치밀한 조사와 고려 끝에 2014년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전략본부에 투자파트, 스타트업 인력 지원 파트, 중국 파트 등 세 부서가 구성됐다.

외부의 벤처 캐피털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회사 내에 자체 투자 부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장인 박영훈 전무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외부의 혁신을 이해하고 그 외부 혁신을 내부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 역할을 외부 사람이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은 주효했다.

○ 3단계 상향식 투자 철학

벤처 투자의 형태도 다양화했다. 우선 특정 사업 영역이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직접 들어가기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할 때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펀드들의 도움을 받는 간접 투자 형태로 간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외부 펀드에 맡기면 그 돈이 10개 회사로 1억 원씩 나눠져 들어가는 식이다. 이때 해당 스타트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과 접촉하며 새로운 시장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로 GS홈쇼핑은 협업을 통해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스타트업을 찾아내면 직접 지분을 사들인다. 2016년 12월 기준 14개 회사에 적게는 3%부터 많게는 32%까지 투자했다. 이 회사들은 중고차 매매, e북,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모두 GS홈쇼핑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GS홈쇼핑은 이런 방식으로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투자를 한 회사 가운데 GS홈쇼핑의 본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해도 될 만한 회사는 인수합병 대상이 된다. 젊은층에 인기 있는 온라인 편집숍인 텐바이텐, 에이플러스비가 이렇게 자회사가 됐다. 단, 자회사의 자율적 경영을 보장해 준다. 사옥도, 물류와 유통 채널도 GS홈쇼핑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수의 목적 자체가 ‘비용 절감’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 있는 신규 사업 모델의 발굴과 육성’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투자 팀원들이 너무 수익을 내는 데만 몰두하지 않도록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한다. 회사의 본업은 금융 투자가 아니라 유통과 판매이기 때문이다.

○ 돈과 사람 함께 투자하라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사오는 데서만 끝난다면 해당 스타트업이 가진 역량을 사내로 끌어오기 어렵다. GS홈쇼핑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인적 투자도 병행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이른바 ‘CoE(Center of Excellency)팀’이다. 최고 전문가 집단이란 뜻이다.

8명으로 구성된 CoE팀은 쉽게 얘기해 ‘어벤저스’ 같은 해결사 집단이다. 예를 들어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서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면 CoE팀의 마케팅 전문가가 찾아가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함께 일하며 도와준다. 인재가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약점을 빨리 보완할 수 있어서 좋다. GS홈쇼핑 직원을 스타트업 내부로 깊숙이 들여보내면 그들의 성장 DNA와 참신한 시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oE 멤버들은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의 시각과 문화를 GS홈쇼핑에 전수해 주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CoE 멤버 중엔 투자한 회사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그 회사의 임원으로 영입된 사례도 있다. 월급을 줬던 GS홈쇼핑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박 전무는 그런 인재가 다른 기업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GS홈쇼핑의 투자 생태계 안에서 일해 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벤처 투자에 있어 재무적 투자와 인적 투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해외에도 흔치 않다. 유영진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는 “GS홈쇼핑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누구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파괴적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학습과 단기적 수익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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