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 약점 되는 ‘안티 프레임’

신진우기자 입력 2017-02-07 03:00수정 2017-02-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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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문재인, 찍어야 하나” “철학적 화법 안희정, 왠지 어려워”
“지나고 보니까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발이) 묶인 것 같다. 후회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들과의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이 자신에게 씌운 ‘반반(半半) 프레임’을 의식하다 페이스를 잃었다는 한탄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일주일 뒤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대선 주자들 간 프레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프레임은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인식 틀이다. 하지만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자칫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 대세라고 자평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이른바 ‘대세론’ 자체가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찍 형성된 대세론은 오히려 약세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언더도그 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세론의 역습’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선거를 2개월 이상 앞두고 조기 대세론에 올라탄 후보가 위험에 노출된 사례가 많다”고 했다. 대세론의 역습을 당한 대표적 후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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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어부지리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은 ‘이미지의 정치’가 가능하지만 진짜 후보가 되는 순간 유권자의 판단 잣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황 권한대행을 정상적인 경쟁을 거치지 않은 ‘꽃가마 후보’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도 흡인력이 뚝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특유의 진지하고 철학적인 화법이 오히려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도자의 자세 등에 대한 거대 담론이 중도보수 성향의 지식인층에 어필하는 측면도 있지만 구체적인 이슈에 대한 야권 지지 기반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 지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설 화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노 전 대통령은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다”며 “과다한 수식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한 바 있다.

탄핵 정국에서 선명한 견해를 제시한 ‘사이다 화법’으로 단숨에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특유의 ‘파이터 이미지’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일시적 팬덤 현상을 만들 수 있었지만 국가 지도자로서의 안정감을 주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있다. 비슷한 예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초반 화제를 모았지만 ‘파이터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중도층의 인기를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중도층의 지지가 빠지면서 ‘지지율 15%’의 벽을 넘는 게 최대 숙제가 됐다. 지지율 15%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해 안 전 대표의 지지자들마저 전략적으로 후보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결국 안 전 대표가 공략 대상인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면 다시 안철수식 ‘새 정치’가 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항마’ 프레임으로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어떤 진영에서도 그를 적자(嫡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착화한 시각’이 약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유 의원이 ‘서자(庶子) 프레임’을 극복하려면 보수의 가치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안티프레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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