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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발감개

입력 2017-01-31 03:00업데이트 2017-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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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양말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친숙한 물건인 데다 말맛이 좋아 순우리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서양을 뜻하는 한자어 ‘양(洋)’과 버선을 가리키는 ‘말(襪)’이 합해진 것이다. 한자 뜻 그대로 ‘서양 버선’이다.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洋)’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 있다. 양동이, 양복, 양잿물, 양주, 양회 등등. 물 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가 ‘동이’인데, 서양에서 이 동이와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양동이’라고 했다. 양잿물은 ‘서양에서 받아들인 잿물’을, 양회(洋灰)는 ‘서양에서 들어온 회’를 뜻했다(홍윤표,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 이 중 양회는 ‘시멘트’에 입말로서의 위치를 거의 내준 처지다.

 버선과 양말 대신 사용된 것이 ‘발감개’다. 주로 좁고 긴 무명천으로 만들어 발에 감았다. 먼 길을 걸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생활용품이었는데, ‘감발’이라고도 한다.

 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발’이 ‘감발’과 ‘짚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짚신을 신고 발감개로 발을 감다’라는 뜻의 ‘신발하다’란 낱말이 있는 걸 보면 꽤 그럴듯하다. 그런가 하면 신발을 단순히 ‘신’과 ‘발’이 결합한 형태로 보는 주장도 만만찮다.

 ‘발싸개’도 있다. 버선을 신을 때 버선이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해 발을 싸는 종이 또는 버선을 대신해 발을 싸는 헝겊을 말한다. 한데 언중이 욕으로 하는 ‘거지발싸개’와는 쓰임새가 멀어 보인다. 거지발싸개는 ‘몹시 더럽고 보잘것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발의 세계에도 예쁜 낱말이 많다. ‘발허리’가 그중 하나인데, 발 중간의 조금 잘록한 부분을 말한다. 발허리가 없는 발은 흔히 평발이라고 하는 편평발이다. ‘발부리’는 발끝의 뾰족한 부분을, ‘발샅’은 발가락과 발가락의 사이를 가리킨다.

 발의 생김새에 따른 이름도 있다. 볼이 넓은 발은 마당발 또는 납작발, 반대로 볼이 좁고 길쭉하여 맵시 있게 생긴 발은 ‘채발’이다. 왜 있잖은가. 시인 조지훈이 ‘승무’에서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라고 노래한, 외씨버선을 신은 발이 채발일 성싶다. 마당발은 요즘 들어 ‘인간관계가 넓어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적 의미로 널리 쓰인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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