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인공지능시대, 얼굴 맞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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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이번 주에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 2017’이 열렸습니다.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인데, 지난해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이 여전히 기본 의제로 다루어졌습니다. 이에 앞서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연관 기술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과학 문화 경제 정치의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변화를 맞아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점을 유의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별 말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발명하고 생산해내는 스마트한 기기들은 사람 사이에 끼어듭니다. 자꾸 끼어들어 사람 사이를 소원하게 합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일인데,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있으면 아무도 안 만나고 방에 콕 틀어박혀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 홀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오락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기들에 둘러싸여 그들의 서비스를 받으면 대인관계 없이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특성은 자신이 사람과 밀착함과 동시에 사람 사이를 떼어 놓는 데에 있습니다. 즉, 넓은 의미에서 이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가 직접적이고 즉각적(im-mediately)이지 않도록 끼어드는(mediate) 매개체(media)인 것입니다.

 인생의 반려자가 되는 인공지능 기기들이 집 안에 들어올수록 오히려 ‘사람 사이의 연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들이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삶의 순간들을 일상에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 사이에 ‘얼굴 맞대기’를 하는 시간들을 일상의 여러 차원에서 종종 갖도록 생활을 계획해야 합니다. 생생한 얼굴 맞대기는 인공지능이 보편화하는 삶의 환경에 균형을 맞추어 줍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상호 자극을 받으면 예기치 못한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의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도 있습니다. 얼굴 맞대기처럼 사람 사이의 진지한 만남은 ‘창의적 기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진지하게 직접 연결될 때, 인간의 감성은 확장되고 정신은 선명해집니다. 곧 지혜롭게 됩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굴 맞대기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궁극적으로 자기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로봇과의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도 두뇌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얼굴 맞대기는 일상의 대책으로 출발하지만 궁극의 문제에도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삶의 과제입니다.

 디지털 사회가 진행되면서, 약화된 ‘대면적 친밀감에 대한 향수’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얼굴 맞대기, 곧 대면 소통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작을 위해 맞선을 보고, 면접을 합니다. 다른 한편 범죄 용의자를 수사할 때, 대면 조사는 필수입니다. 좋은 일을 위해서도 대면성이 중요하고, 나쁜 일을 해결하는 데도 대면성이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얼굴 맞대기를 자주 잊고 사는 거지요.

 경제포럼에서 대면 수사에 이르기까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사실 서로 깊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연계성을 인식하는 것도 오늘날 ‘급속히 현재가 되고 있는 미래’를 이해하고 그에 대처하는 일상의 지혜입니다.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다보스#세계경제포럼#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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