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공백 틈타… 中, 사드배치 원점화 노린 노골적 압박

조숭호기자 입력 2016-12-05 03:00수정 2016-12-0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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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4강, 한국상대 이익 챙기기 공세  10월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탄핵 요구 촛불시위 국면에서 주변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을 겨냥해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시도로 분석된다.

 전면에 나선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한미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공식화한 7월 이후 한국과의 협력 수위를 낮추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이때부터 △한국행 중국 단체관광객 제한 △한국 방송물 방영 차단 △한국 행사의 중국 참석자 등급 하향 조치 등이 지속됐다.

 최근 달라진 것은 중국 정부가 더 이상 이런 조치들이 사드와 연결돼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고위층을 만난 한 인사는 “중국이 ‘사드 때문에 국내 여론이 나빠져서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또 “한류 때문에 중국 프로그램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 이번 조치를 중국 연예산업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1일 브리핑에서 “금한령(禁韓令)이라는 것을 들은 바 없다”며 공개 부인한 것과 완연히 달라진 태도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박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조기 퇴진할 경우 야권 대선 후보가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견을 밝히도록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드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한국 여론을 뒤흔드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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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올해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무산될 수 있다고 보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에 외교 인력을 증파해 여론 청취 작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한국이 조기 대선에 돌입하면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등을 담은 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통상적인 유엔·독자 대북제재 공조는 하지만 ‘사실상 이번 정부와는 끝났다’고 보고 대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만 해도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양국이 극동 개발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 국내 사정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어렵게 되자 일본으로 상대를 갈아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하고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2013년 이후 아베 총리가 러시아를 5차례 연속 방문했지만 답방하지 않았던 자세에서 달라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일 정상은 ‘북방영토(쿠릴 열도)’ 반환 문제와 극동 개발을 연계해 양자 협력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과 일상적인 협력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당선으로 한반도 정책에 대변환이 예상되지만 한국은 사령탑 없이 미국의 현재 권력(버락 오바마 행정부)과 미래 권력(트럼프 인수위)을 모두 상대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차관급인 국가안보실 1차장을 단장으로 대표단을 꾸려 미 측과 접촉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를 보낼 수도 있지만 외교 당국자는 “미국은 취임식에 외교사절이 오더라도 신임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취임식 외교’는 쓰기 어려운 카드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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