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10분만… 답보다 과정 중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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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황 아트총괄이사
‘포켓몬 고’ 만든 美게임업체 ‘나이앤틱’ 성공비결은

 미국 게임회사 나이앤틱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7월 출시한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돌풍을 일으켜 기업 가치는 36억5000만 달러(약 4조2700억 원)로 치솟았다. 2010년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9월 분사해 나온 지 1년도 채 안 돼 거둔 쾌거였다.

 나이앤틱의 성취 때문에 그 조직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진 상태다. 모든 성취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인으로 나이앤틱에서 아트총괄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데니스 황(황정목·39·사진)이 지난달 15일 나이앤틱 조직 문화 특성 3가지를 들려줬다.

○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살피는 면접

 나이앤틱이 처음 선보인 AR 게임 인그레스에 이어 포켓몬 고까지 연이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의력’이다.

 나이앤틱은 지원자를 인터뷰할 때 생각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를 낸다. 지원자가 일정 단계에서 막히면 답을 맞힐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사유의 과정을 낱낱이 파악한다.

 황 이사는 “뭔가 생각하는 듯이 보이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봅니다. 답이야 시간만 주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에겐 생각하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 회의는 10분 넘지 않게…속도가 생명

 나이앤틱은 적어도 2주마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을 사내에 선보인다.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다. 40여 명의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각자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만 확인한다. “매일 아침 팀원이 모두 모여 업무 진행 상황, 막히는 점, 오늘 할 일만 빠르게 이야기하고 회의는 끝나요.”

 재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해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을 ‘기민한 개발’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의 창업 전략으로 자리 잡은 ‘린 스타트업’처럼 제품 개발도 최소 요건만 갖춘 채 출시해 시장 반응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다. 구글에서도 ‘기민한 개발’ 방식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지만 모든 팀이 이런 방식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나이앤틱은 모든 팀이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도록 해 구글과 차별화했다.

○ 평가는 주변 핵심 인력에게

 황 이사는 “구글은 직원 평가를 할 때 지나치게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요. 완벽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시간을 낭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앤틱은 직원을 평가할 때 구글과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바로 소수의 ‘핵심 인력’에게만 동료 평가를 묻는 것이다. 나이앤틱이 말하는 핵심 인력이란 같은 팀에서 일하는 2, 3명의 동료를 말한다. 황 이사는 “상사에게는 훌륭해 보여도 동료가 보면 별로인 직원도 많아요.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제일 중요하게 여깁니다”라고 들려줬다.

 나이앤틱 직원들 사이에는 게임회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특한 공감대가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상황을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황 이사는 “‘움직임’에 대한 저희의 애착은 게임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애착으로 게임을 만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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