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와 술 깬 줄 알았는데… ” 출근길 90분 단속에 44건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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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연말 앞두고 불시 음주운전 단속 동행해보니

1일 새벽 서울 전역에서 출근길 불시 음주단속이 실시된 가운데 광진구 자양초등학교 인근에서 광진경찰서 경찰들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적발해 보호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뉴시스
1일 새벽 서울 전역에서 출근길 불시 음주단속이 실시된 가운데 광진구 자양초등학교 인근에서 광진경찰서 경찰들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적발해 보호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뉴시스
 “저도 계속 불고 있다니까요? 어제 오후 7시에 소주 두 병 마시고 10시간이나 지나 술도 다 깼다고요!”

 1일 오전 5시 25분경 서울 강북구 강북구보건소 앞 사거리 인근. 소형 트럭을 운전하던 이삿짐센터 직원 조모 씨(40)가 경찰이 갖다 댄 음주측정기를 허투루 불고 있었다. 경찰은 횡설수설하는 조 씨에게 “음주측정 불응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조 씨는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제대로 불지 않았다. 1시간 반 만에 음주측정기를 제대로 분 조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훈방 조치 수준인 0.033%. 조 씨는 오전 7시가 다 되어서야 경찰의 주의를 받고 떠났다. 경찰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조 씨처럼 음주측정에 잘 협조하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연말연시를 앞두고 경찰 257명과 순찰차 100여 대를 투입해 출근길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경찰은 서울 시내 62곳에서 오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실시한 단속에서 음주운전 44건을 적발했다. 면허취소(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와 면허정지(0.05% 이상 0.1% 미만), 채혈이 각각 14건, 29건, 1건이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선유중 앞 단속 지점에서도 면허취소, 면허정지, 채혈이 각 1건씩 적발됐다. 오전 5시 10분경 처음 단속에 걸린 권모 씨(44)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99%였다. 권 씨는 “전날 오후 11시까지 맥주 500cc 5잔 마신 게 다인데 억울하다”며 병원에서 채혈을 받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10여 분 뒤에는 다른 권모 씨(40)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04%로 면허가 취소됐다. 권 씨 역시 “측정 수치를 믿을 수 없다”며 채혈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차를 타고 병원에 가던 도중 지인에게 “채혈에서 수치가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채혈을 포기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 앞에서는 오전 5시 30분경 장모 씨(23)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며 유턴해 1km가량 도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장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8%로 면허정지 수준이었지만 중앙선 침범으로 벌점이 추가돼 면허가 취소됐다.

 이날 단속에 나선 서울 영등포경찰서 안병국 경위는 “음주 후 충분히 수면했어도 숙취가 풀리지 않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내년 1월까지 전국에서 음주운전 특별 단속을 계속할 예정이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서울경찰청#출근길#음주운전#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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