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2005년 세계 최초로 개인 간 거래(P2P) 소액대출 사이트인 ‘키바(KIVA)’를 공동 창립한 저자는 “(빈민을) 불쌍히 여기며 몇 푼 건네주려거든 일찌감치 그 생각은 잊어라”고 경고한다. 뒤에 이어지는 말은 더 낯설다. “소액을 빌려주고, 연락을 지속하며, 돈을 상환 받아라.”
일수가방 들고 다니는 ‘어깨’들이 연상될 정도인데 한술 더 떠 “그러면 결국 이전에 했던 것(자선이나 봉사)보다 더욱 많이 보살펴 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14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키바’가 걸어온 길과 창립자들의 인생 이야기가 맞물려 소개됐다. 어린 시절 빈민을 위해 기부하거나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도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져 우울했다는 저자의 자기고백에서는 빈곤 문제 해결을 향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2004년 동아프리카 자선활동 중 만난, ‘키바’ 창립에 영감을 준 빈민들의 성공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벽돌공 패트릭은 내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진흙과 물로 벽돌을 만들었다. 벽돌을 팔아 거푸집을 샀고, 이후 성냥을 사 불을 피워 벽돌을 구웠다. 이처럼 작은 단계서부터 차근차근 품질을 개량해가며 패트릭은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작은 기업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저자는 끊임없이 ‘기업가정신’을 강조한다. 기업가정신은 보유한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기회를 추구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의지다. 성공한 아프리카 빈민 사업가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속성이기도 하다. 저자는 “가난은 소유한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성장해야 하는 영역을 연마할 수 없다고 믿는 상태”라며 “(기업가정신으로) 스스로 끊임없이 다독여 재투자해야 번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키바’의 성장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에 언뜻 자선단체 이야기 같다. 그럼에도 그 속에 소개된 세계 각지 ‘흙수저’들의 실제 성공담은 팍팍한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저자 또한 “꿈을 보며 전진하는 데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