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구안, 기존 4000억에 ‘+α’ 얼마 담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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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25일께 보완案 제출

한진그룹이 25일경 채권단에 제출할 한진해운 자구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는 등 ‘희망의 싹’이 없진 않지만 채권단이 요구해 온 7000억 원 이상 확보 계획이 담길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채권단 및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25일경 제출할 추가 자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막판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관건은 한진그룹이 6월 내놓았던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 4000억 원에서 얼마나 진전된 내용을 담느냐다. 이는 용선료 조정 협상 타결, 선박대출 만기 연장 등을 전제로 7000억~9000억 원의 조달 방안을 마련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별개로 앞서 4월 한진해운은 터미널 및 사옥 유동화 등을 통해 4112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진해운은 이 중 1744억 원어치를 이미 실행한 상태다. 자구안과는 별개로 일본 도쿄(東京) 사옥을 매각(82억 원)하고 ㈜한진에 아시아 항로 운영권과 베트남 터미널 지분 등을 매각(851억 원)해 932억 원을 마련했다.

해운업계는 한진그룹이 25일 6월 밝힌 유상증자안보다 진전된 내용을 자구안에 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자산 중 그나마 규모가 큰 것이 미국 롱비치 터미널이지만 10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데다 이는 4월 제출했던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진그룹 측은 “자산을 더 팔고 싶어도 팔 것이 없다”며 “7000억 원(채권단 요구)과 4000억 원의 간극을 메우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한진그룹 추가 자구안에 그룹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주는 방식의 1000억∼1500억 원 정도의 확보 계획만 담긴다면 법정관리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건부 자율협약이 다음 달 4일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추가 자구안이 요구에 턱없이 부족해도 이를 보완할 시간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끌고 갈 의지가 있다면 배임 우려에도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사재 출연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정상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자구안을 내놓고, 나머지는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 주기만을 기대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이 앞서 주장한 대로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 원을 조달하고, 영구채 2200억 원어치를 감자 없이 100% 출자 전환하는 경우, 현재 계획된 △일반주주 7 대 1 감자 △대주주 49 대 1 감자 △채권단 및 용선료 조정 후 선주들의 출자 전환 등을 모두 마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25%, 채권단이 19%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한진그룹이 추가 자금 지원에 소극적이고, 자금을 더 투입할 바엔 차라리 꼬리를 자르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최근 ㈜한진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하는 것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알짜 자산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이유가 크다는 설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달리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놓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성규·강유현 기자
#한진해운#자구안#채권단#법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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