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M&A 공격경영 본격 재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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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사면후 첫 美바이오벤처 R&D자산 인수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 자산을 인수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에 특별 사면·복권된 뒤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가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이런 공격적 투자 분위기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기업 메타볼릭스로부터 생명공학 관련 연구시설과 설비, 지식재산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1992년 세워진 메타볼릭스는 산업용 미생물,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제일제당에 따르면 최종 계약은 다음 달 중순 완료되며 인수 금액은 1000만 달러(약 112억 원)다.

이번 계약을 통해 제일제당은 자사 바이오산업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물 사료용 아미노산의 생산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됐다. 제일제당은 라이신 트레오닌 트립토판 메티오닌 발린 등 이른바 5대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 체제를 모두 갖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만큼 메타볼릭스의 연구 시설과 R&D 인력을 활용해 월등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제일제당의 계획이다.

제일제당은 올해 3월 건강식품과 화장품에 쓰이는 기능성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 하이더를 인수하는 등 아미노산 분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볼릭스가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제일제당이 미래 사업으로 구상 중인 바이오 신소재 사업에도 이번 인수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항덕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부사장은 “세계 1등 아미노산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종합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이번 인수건을 비롯해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30조 원에 약간 못 미친 그룹 매출을 2020년까지 100조 원으로 늘린다는 ‘그레이트 CJ(Great CJ)’ 목표를 세워뒀다.

CJ그룹 관계자는 “매출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만큼 기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제일제당의 바이오산업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서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최대 역점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사면되기 전까지 이 같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일반적 평가였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투자가 부진해졌기 때문이었다. 최근 CJ헬로비전 매각 무산에서 보듯 주요 M&A도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면 결정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정체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바이오 물류 문화 등 그룹의 핵심 사업군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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