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나는 어떻게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용선展, 자화상 등 드로잉 700점

27년 만의 아르코미술관 개인전을 ‘드로잉’으로 채운 서용선 작가는 “재료의 물질적 특징과 작품 형식을 고려해야 하는 페인팅에 비해 드로잉은 작가의 생각과 욕망을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27년 만의 아르코미술관 개인전을 ‘드로잉’으로 채운 서용선 작가는 “재료의 물질적 특징과 작품 형식을 고려해야 하는 페인팅에 비해 드로잉은 작가의 생각과 욕망을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나는 그저 늘 내 몸 일부만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 상상은 타인의 몸을 보면서 행해진다. 나를 느끼는 실체인 내 감각은 내 몸 안에 있는데, 볼 수 있는 건 단지 거울 속 모습뿐이다. 자화상은 안타까운 그림이다.”

10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을 여는 서용선 작가(65)가 2010년 쓴 글이다. 21일 오전 전시실에서 만난 그는 “1989년 이곳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이번이 두 번째다. 군 복무 후 대학에 진학해 뒤늦게 작가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커다란 공간을 혼자 채우느라 대형 작업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그림 700여 점을 선보인다. 27년 전 개인전에 걸었던 작품을 다시 가져온 건 ‘집단의식-도시의 사람들’ 한 점이다. 올해 완성한 비슷한 주제의 신작 ‘도시에서’는 강렬한 붉은색 터치 너머로 절박한 심정이 또렷이 배어나는 초기작과 나란히 걸기 어색할 만큼 상이하다.

“1995년 미국 버몬트스튜디오센터에서 처음 해외 레지던시(공동작업실 겸 거주공간)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낯선 고립감 속에서 자화상에 집중했다. 형체를 비슷하게 묘사하려 할수록 이미지가 모호해지고 나로부터 멀어진다는 걸 그때 알았다.”

당시 그린 자화상이 걸린 1층 전시실 맞은편에는 2007년 검은색 아크릴물감으로 종이에 휘갈기듯 그린 자화상 연작 39점을 붙여 놓았다. 경기 양평 작업실에서 모처럼 홀로 쉴 짬을 얻었을 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머리맡 거울을 보고 그린 것들이다. 서 씨는 “타인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행위가 자화상 작업”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부터 주제로 끌어들인 ‘신화’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1997년)를 보다가 신화의 원형과 단절된 우리 사회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그는 이때부터 여와 반고 서왕모 마고 등 신화 속 캐릭터에 그 나름의 해석을 용해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무시하는 신화의 실체를 마주하면 상상과 표현의 협소함을 깨달을 수 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신화의 원형이 보존된 중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고의 자유로움을 확장할 생각이다.” 02-760-485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용선#아르코미술관#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