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00조 육박하는 2017년 예산안 ‘재정 중독’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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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사상 처음 4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어제 정부와 새누리당은 첫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9.3%인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으로 유지하는 데 맞춰 내년 예산안을 올해 예산(386조4000억 원)에서 3∼4% 늘린 400조 원 안팎(398조∼402조 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신성장 산업 육성,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며 ‘확장적 재정 운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정은 과거 증가율 수준에 맞춘 예산 규모라고 했지만 내년 경제가 3∼4%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재정을 퍼붓고도 정책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구태의연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어제 여당은 청년일자리 예산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였던 청년고용대책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출산 장려금 확대를 주장하며 전남 해남군 사례를 들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장려금만 준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재정으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정부 돈으로 경제성장률을 사는 ‘재정 중독’에 빠진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 수장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나라살림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 부총리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창조적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산업을 지원해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최경환 당시 부총리도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민생사업을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결과는 부양책 남발로 인한 ‘재정 절벽’과 총선 참패였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한 해, 민간부문에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 기업 투자 유인책과 경제 체질 개선이 없으면 재정 중독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회에 넘어가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해 슈퍼 예산 속에 재정이 새는 구멍이 없는지 여야가 ‘정치적 고려’ 없이 깐깐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 예산#400조#유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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