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고학생이 판사로…윤민욱 “약자의 기본권 지킬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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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욱 씨 등 로스쿨 출신 26명
법조경력자로 신임법관 임명

“공정성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1일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윤민욱 판사(왼쪽)가 양승태 대법원장(오른쪽)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대법원 제공
“공정성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1일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윤민욱 판사(왼쪽)가 양승태 대법원장(오른쪽)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대법원 제공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만큼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습니다.”

1일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윤민욱 판사(29)의 의지는 남달랐다. 여느 선입견처럼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온 ‘금수저’도, 대형 로펌에서 근무한 변호사 출신 경력법관도 아닌 그는 이날 법복을 입기까지 매 순간 험한 산을 넘어야 했다. 중학생 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학(苦學)한 만큼 배움에 대한 열의는 깊었다. 경북대 농업생명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같은 대학 로스쿨에 차상위 계층이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해 법조인이 됐다.

윤 판사는 “처음에는 법학 공부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사회 분쟁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관의 꿈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복무하던 1년여 전에는 분신자살을 하러 갔다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할 뻔한 피고인을 변호해 무죄를 받아냈다. 억울해하는 피고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꼼꼼한 기록 검토 끝에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들을 증인으로 불러 ‘건물 쪽으로 휘발유를 들고 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윤 판사를 포함해 3∼5년 차 법조 경력자 26명의 신임 법관 임명식을 진행했다. 기자 출신 4명, 특허법인에서 변리사로 근무한 2명 등 사회 경력은 물론이고 경영학, 교육학, 경제학, 공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법관들이 임명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신임 법관들에게 “풍부한 식견과 혜안을 갖춘 사람이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임 법관들은 내년 2월 중순까지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뒤 각급 법원에 배치될 예정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정고시#판사#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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