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엄마품’ 같은 편안한 시트-똑똑한 드라이브 기능… 역시 ‘물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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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
벤츠 ‘E300 4MATIC’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는 고민이 깊다.

필요 이상 강하고 호사스러운 ‘과잉’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왔는데 이제는 각종 규제를 맞추기 위해 소형차에나 쓰던 작은 엔진을 큰 덩치의 자동차 보닛 안에 넣어야 한다. 역동성이나 운전 재미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춰 자율주행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풍요롭거나 짜릿함에 길들여져 있던 기존 럭셔리 자동차 고객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메르세데스벤츠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신형 ‘E클래스’를 제시했다.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 모델의 주력 엔진은 4기통 2L급이다. 기름은 좀 많이 먹지만 회전질감이 부드럽고 조용하며 출력이 넉넉한 V6 3.5L급 엔진의 달콤함을 좋아하던 자동차 미식가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자동차 미식가의 입장에서 ‘E300 4MATIC’을 1000km 정도 주행해 봤다.

품위 있는 디자인, 화려한 인테리어

신형 E클래스는 최상급 모델인 ‘S클래스’를 쏙 빼닮았다. ‘C클래스’는 100m, E클래스는 50m 이상 떨어져서 보면 S클래스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하다. 그만큼 E클래스는 S클래스를 닮아 세련되고 품위 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하지만 손해도 없지는 않다. 디자인적으로 ‘신상’ 느낌 별로 들지 않는다. 이미 도로 위에 비슷하게 생긴 C, S클래스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다.

인테리어는 벤츠가 새롭게 제시하는 사용자환경이 구현돼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우아한 모양의 버킷타입 시트다. 이 시트는 신형 E클래스의 첫 번째 ‘물건’이다. 디자인 자체도 색다를 뿐만 아니라 앉았을 때 몸을 감싸는 느낌이 대단히 편안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어릴 때 아빠에게 야단맞고 ‘엄마품’에 안겨 있는 기분이랄까.

그 외에도 E클래스에서 새로 보는 장치들이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많이 바꾸었다. 운전대 양쪽에는 터치 컨트롤 스티어링 휠 버튼이 자리잡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처럼 엄지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12.3인치 와이드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표시되는 콘텐츠가 화려하고 취향에 따라 스타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밤에는 실내가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실내 벨트라인 전체에서 은은하게 빛이 발산되는 엠비언트라이트는 무려 64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운전을 마치고 바로 내리지 않고 30분 이상 이것저것 만져보게 만든 차는 몇 년 만에 처음이다.

2%만 아쉬운 4기통 1991cc 엔진

‘이제 E클래스도 끝났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벤츠라도 2L급 엔진이 주력 모델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급차에는 최소한 6기통 3리터급 이상의 가솔린 엔진이 올라가야 한다는 주관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색안경을 끼고 이번 E클래스를 맞이했다.

운전석에 앉아 새롭게 디자인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음색이 4기통임을 속이지는 못했지만 부드럽고 진동 없이 시동이 걸리는 느낌은 6기통을 닮아 있었다. 도로에서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아서 속도를 올려도 여느 4기통 같은 가벼움 대신 끈적끈적한 6기통의 느낌이 살짝 났다. 방음과 진동 감소에 많은 연구를 한 듯하다.

그래도 가속 질감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오른발에 힘을 줬다. 엔진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하며 제법 시원한 가속감을 끌어냈다. 가속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넉넉한 힘이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정밀 장비로 측정한 0→100km 가속시간은 7.3초로 공식 제원보다는 1초 늦었지만 일반적으로 필요충분조건 이상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부드럽게 주행했을 때 연비는 서울시내에서 L당 7.5km, 고속도로에서 16km가 나왔다.

6기통 뺨칠 정도로 잘 만든 4기통 엔진에다 방음 방진까지 잘 처리된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최첨단 6기통 엔진에 비해선 회전질감과 엔진 음색이 약간 떨어지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조용하고 경쾌한 비즈니스 세단

중요한 고객을 모시거나, 장거리 비즈니스 여행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쾌적한 실내다. 보통 승차감으로 표현을 하게 되는데, 소음 진동 흔들림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신형 E클래스는 100m만 운전해도 이전 모델보다 소음이 제법 줄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음 측정기로 실내 소음을 측정한 결과 정차상태에서 39dB, 시속 100km에서는 60dB이 나왔다. 가장 조용하다는 초대형 세단보다 1∼2dB 정도 높았고 이전 모델에 비해선 1dB 정도 떨어진 수치다. 귀로 들리는 정숙성은 수치 이상으로 느껴졌다.

승차감은 노면이 좋지 않은 시내에서는 살짝 통통거리는데 거친 느낌은 없다.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진보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확인된다. 가속과 감속, 좌우로 차로를 바꿀 때 일어나는 차체의 전후좌우 하중 이동이 부드럽고 절도가 있어 거동이 고급스럽다. 운전 재미까지는 느낄 수 없지만 벤츠 특유의 안정감과 쾌적함의 총량은 증가해 비즈니스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율주행에 근접한 조향 도우미 기능

E클래스의 두 번째 물건은 ‘인텔리전드 드라이브’ 기능이다. 운전자가 잠시 정신을 잃더라도 일정 시간까지는 사고를 방지해주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전방의 자동차나 보행자와 충돌할 것 같으면 경고를 보내주고 그래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지시킨다.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을 켜면 앞차와 정확한 거리를 유지하며, 손을 놓고 있어도 최대 60초까지 자동주행을 해준다. 직접 사용해 보면 잠시 한눈을 팔거나 졸아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성이 높아졌다. 다만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어디까지 운전 보조기능일 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운전자가 유념해야 한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벤츠#e300#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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