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노래라지만… 정작 北주민은 잘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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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北 5·18영화에 가사없이 곡만 삽입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종북 가요’라는 이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선 이 노래가 금지곡이다. 당국의 허가가 없는 한 한국 가요를 부르다 적발되면 정치범으로 간주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예외가 아니다. 또 ‘아침이슬’이나 ‘바위섬’과 같은 노래는 북한 주민들 속에 널리 퍼져 암암리에 부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는 주민도 거의 없다.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1991년 제작된 이 영화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사는 없이 곡만 삽입됐다. 하지만 경쾌한 경음악조로 편곡돼 있어 음악만 듣고 한국 노래인 줄 아는 북한 주민은 별로 없다.

북한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대 학생들에게 가르쳐 준 일은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전대협 출신 대학생들이 방북하자 이들을 환영하며 함께 부르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외엔 북한 당국이 이 노래를 내부 주민용으로 활용한 일은 없다.

노래에 등장하는 임이 김일성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 가요를 ‘김일성 찬양 가요’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한 일은 없다. 김일성대 학생들에게 가요를 가르쳐 줄 당시에도 남조선 투쟁 가요라고 소개했을 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달리 아침이슬은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북한에 널리 퍼졌다. 북한 당국은 1998년경 보위부에 아침이슬의 확산을 막으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 탈북자들은 그럼에도 이 노래는 지금도 북한 주민의 애창곡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불러도 신고하는 주민이 없다고 증언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임을 위한 행진곡#종북#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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