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미란 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크림빵 뺑소니’, 자백했는데 웬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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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의 보강 법칙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최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가던 젊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 그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컸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의 판결에서 음주 운전 부분이 무죄로 선고돼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범인이 사건 당시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자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도대체 법원이 무죄라고 선고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법원이 내린 이 판단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자백의 보강 법칙’에 따른 것입니다. 자백의 보강 법칙이란 피고인의 자백으로 법관이 유죄의 심증(주관적 의식)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밖에 다른 증거, 즉 보강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칙입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이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10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스스로 술을 마셨다는 자백 외에도 함께 술을 마셨다는 동료들의 진술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동료들의 진술은 보강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음주운전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음주하고 운전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어야 합니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4항, 제148조의 2). 따라서 술을 마셨다는 것만이 아니라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라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동료들의 진술만으로는 음주운전의 보강 증거가 될 수 없었던 것이죠. 이 사건처럼 사건 발생 후 19일 만에 자수한 경우에는 사실상 호흡 측정이나 채혈 측정과 같은 음주 측정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적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여러 사정에 의해 검찰이 제시한 음주 수치가 객관적 증거로 인정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자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보강하는 증거, 즉 사건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선고하지 못한 것입니다.

형사소송 절차에서 이 같은 법칙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주운전을 하고도 음주 측정 상황을 모면하기만 하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이런 법칙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보강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면 수사기관이 ‘자백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앞서 무리하게 수사해 결국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집니다. 결국 자백의 진실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오래된 경험에서 비롯된 일종의 안전 장치가 바로 자백의 보강 법칙인 셈이죠.

따라서 법원이 심증이 있는데도 유죄를 선고하지 못하는 상황은 자백의 보강 법칙 때문이 아니라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백의 보강 법칙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크림빵#자백#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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