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기법 활용 ‘사각지대 질환’ 치료,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

  • 입력 2016년 4월 22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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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림프부종서 자기만의 색깔내는 치료술 확립
SNS 소통하며 미국·유럽·중국서 환자 찾아와


“미국에서는 모두 포기하라고 했지만 닥터 심은 달랐어요. 그는 미라클 맨(miracle man), 기적의 의사입니다.”

35년간 림프부종과 싸워 온 미국의 로지앤 레인워터 스미스 여사(54)가 지난 13일 입국해 닷새 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대표원장(62)으로부터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게 됐다.

림프부종 탓에 정상적인 다리에 비해 3~4배나 굵어진 다리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는 그는 “미국의 어떤 의사도 치료에 확답하지 못했지만 심 원장만이 가능하다고 말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림프부종은 아직까지 불치병으로 여겨져 의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질환이다. 심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자신만의 독특한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해 자기만의 술기를 확립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림프부종 대가’로 손꼽히고 있다. 스미스 여사뿐만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그의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행 티켓을 끊는 외국인 환자가 적잖다.

심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기존 미용클리닉과 조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1987년부터 5년간 국립의료원에서 성형외과 부과장으로 다양한 임상수술을 경험하며 요즘 대세인 심미적 성형술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 기능을 개선하고 아름다움까지 회복할 수 있는 치료술을 특화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는 ‘도전’을 즐긴다. 다른 의사들이 치료가 어려워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여기는 질환과 임상사례만을 골라 자신만의 치료법으로 만들어냈다. 하지정맥류부터 림프부종까지, ‘치료영역 불모지’로 방치됐던 질환들을 여러 해 치료하다보니 어느새 이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의사로 우뚝 섰다.

이같은 결심은 심 원장이 1993년 서울 청담동에 성형외과를 개원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그는 “환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다른 의사들처럼 개원을 결심했다”며 “하지만 이내 미용성형수술을 주로 시행하는 개원가에서 ‘의사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없다는 데 회의를 느끼고, 질병치료와 동시에 미용적 개선까지 이룰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멀쩡한 사람에게 ‘성형을 부추기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사회적으로도 성형외과 전문의가 의사라기보다 ‘에스테티션’으로 비춰지는 자화상도 싫었다. 그는 본래 미세혈관 수지재접합수술 등 재건수술 전문가였다. 군의관으로 제대한 뒤에는 스웨덴 웁살라대학, 일본 도쿄 기타사토대학병원에서 재건성형 관련 연수까지 마친 뒤 귀국했다.

그가 개원 후 처음 관심을 보인 분야는 하지정맥류다. 1995년 어느날 진료실에 한 중년 부인이 찾아와 “내 다리에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주세요” 라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 다리의 울퉁불퉁한 혈관을 없애주면 혈관을 치료하는 데다 미용적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방면으로 수소문해 독일 쾰른 에두아루두스병원에서 정맥학을 연수받을 수 있었다. 이후 수십 차례 독일을 왕복하며 국내 최초로 독일에서 하지정맥류 치료기술인 ‘혈관경화요법’을 도입했다. 주사로 경화제를 주입,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는 간단한 시술이다.

국내 개원가에서 최초로 하지정맥류를 시작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돈 되는 미용성형을 버리고 왜 혈관치료에만 매달리느냐”며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심 원장은 그만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나갔다. 혈관경화요법에 고주파, 레이저, 냉동요법 등 새로운 의료기술을 차례로 선보이자 이 방면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게 됐다. 그는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2001년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했다.

심 원장은 마침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정맥류 전문의로 거듭났다. 1999년 9월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세계정맥학회에서 800여 명의 석학들에게 한국적 정맥학에 대해 발표했고, 토론회의 좌장으로 뽑히기에 이르렀다. 당시 한국인 환자 1200명을 시술한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를 주도했으며, 동료 의사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심 원장은 “당시 성형외과 동료들이 다들 의아해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오늘에는 미운 오리새끼와 같았던 하지정맥류가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게 해준 고마운 질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치료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질 무렵, 새로운 도전과제인 ‘림프부종’과 마주치게 됐다. 그는 “수년간 4만명에 달하는 하지정맥류 환자들을 치료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 전국의 정맥류 환자들이 진료실을 찾아오게 돼 의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며 “다리와 관련된 질환을 잘 본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2008년 경부터 림프부종 환자들이 하나 둘 병원에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치료법이라곤 마사지나 압박스타킹을 신는 정도였으니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림프부종은 림프관이 막히거나 기능부전으로 신체 일부가 점점 심하게 부어오르는 질병이다. 어느 순간 멈추는 게 아니라 부종이 악화된다. 선천적으로 림프 계통에 문제가 있거나, 암수술·방사선치료·항암치료 등을 받은 환자에서 호발한다.

암수술 환자의 30%에서 수술 직후 혹은 수년 후에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수술 후에는 팔이, 자궁암 수술 후에는 다리가 주로 붓는다. 심 원장은 국내에는 약 3만명의 림프부종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림프부종은 선진국에서는 암 치료 후에 합병증으로 생기며, 후진국에서는 풍토병으로 사상충에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심 원장은 “당시 림프부종은 내게도 생소한 분야였던 만큼 동료 의사들에게 문의해봐도 다들 ‘붕대감고 스타킹신고 마사지 해주는 것 말고는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여러 문헌을 뒤져보고, 해외 의료인에게 수소문하고, 림프절 미세수술의 대가인 프랑스의 코린 베커 교수를 소개받아 기술을 배우러 프랑스 연수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예전에 많이 경험했던 미세현미경 수술 기법이라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로서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심 원장 특유의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림프부종에 ‘올인’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다. 그는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치료법인 림프배액법을 개발하게 됐다. 현재까지 시술 후 모든 환자에서 부종이 80~120% 감소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이 방법으로 모든 림프부종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환자들을 위해,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법을 업그레이드한 ‘림프흡입 복합수술’을 주로 시행하고 있다. 마사지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림프배액시술, 림프절이나 림프관을 이어주는 미세림프수술, 부피를 줄여주는 지방흡입수술, 회복을 빠르게 만드는 줄기세포수술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병용한다. 이런 치료성적은 지난해 세계정맥학회 UIP2015에 발표해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정작 환자가 이를 모르면 도루묵이다. 심영기 원장의 강점은 ‘소통’이다. 그는 세계 여러 의사들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인다. SNS·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준다.

이번에 방문한 스미스 여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방문을 결심한 케이스다. 50대 영국여성 밸러리 프레스톤의 ‘한국에서의 림프부종 치료일기’ 블로그를 접하고 미국 대학병원 치료 대신 한국행을 택했다. 프레스톤 씨는 서울 연세에스병원에서 림프부종 치료를 받고 경과가 좋아 일기 형식으로 치료과정을 SNS에 소개했다. 그 역시 림프부종을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으로 여기고 치료를 포기하려던 찰나, 심영기 원장에게 치료받은 뒤 눈에 띄게 증상이 개선돼 기쁜 마음에 이를 공유하게 됐다.

스미스 씨는 심영기 원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려왔고 심 원장은 스미스 씨의 증상, 영상자료와 진료기록 등을 분석했다. 스미스 여사는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소식을 받고 서울행을 결심하게 됐다.

2010년엔 26년 전 손가락을 치료해준 스웨덴 청년 오스카 스팽크베르그(30) 씨와도 인연이 닿았다. 심 원장이 웁살라대 초청의사로 갔던 시절, 당시 4살이던 스팽크베르그 씨는 친구가 잘못 휘두른 도끼에 손가락이 절단됐다. 심 원장은 미세현미경 접합수술로 성공적으로 손가락을 접합해주었다. 스팽베르그 씨는 당시 심 원장에게 ‘잘렸던 손가락은 성공적으로 접합돼 지금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고 있고, 심 원장에 대한 고마움은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수술 후 심 박사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내왔다.

심영기 원장은 “어릴 적 수술해준 의사를 20년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찾아줬다는 사실에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며 “어린 소년이 성숙하고 멋진 청년이 돼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세계를 무대로 다니는 심 원장은 독일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4개 외국어를 섭렵했다. 그는 항상 ‘세계에 나의 의술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이같은 도전정신은 심영기 원장을 ‘의료한류 1세대’로 만들었다. 한국 의사로서 최초로 중국 의사면허를 획득, 국내 최초로 중국으로 진출한 병원 중 유일하게 성공했다. 2000년 중국 대련에 중국 최초의 하지정맥류 병원 설립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중국 북경에도 2호점을 개원했다.

그는 중국인 환자를 보는데 막힘이 없다. 심 원장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성급한 기업주의를 버리고 중국인의 공감을 샀던 부분이다. 그는 ‘같이 일하고 같이 성공한다’는 인식을 중국인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어공부’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는다. 심 원장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믿음을 주기 위해선 언어구사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진출 초기엔 의료장비와 시설과 관련된 현지어 자료를 환자에게 나눠주며 설명해가는 과정에서 언어장애를 극복해 나갔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도 ‘겸손이 미덕’이라며 환자든 일반인이든 대화중 명령형 ‘해라’ 보다는 권유형 ‘어떠니’가 먹혀든다고 소개했다.

심영기 원장은 중국에서의 하지정맥류 개원 경험을 살려 이제는 림프부종 전문의로 세계적인 병원을 설립하는 게 목표다. 그는 “림프부종은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고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나 림프흡수마사지 정도를 처방하는 수준”이라며 “의료 선진국에서도 포기한 질환을 한국에서 우리 고유의 기술로 치료해 한국의 의료기술을 널리 소개하고, 세계 림프부종 환자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영기(沈榮基) 연세에스병원장 프로필

1979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82년 연세대 의학석사
1980~1984년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전공의 4년 수료
1984~1987년 육군 군의관 대위 전역
1987~1992년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전문의, 부과장
1988년 대한성형외과학회 학술상 수상
1990년 이후 현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1990년 연세대 의학박사
1990년 스웨덴 웁살라(UPPSALA) 대학병원 연수
1991년 일본 키타사토 대학병원 연수
1991년 이후 현재 연세대 원주의대 외래교수
1993~2007년 심영기SK성형외과 의원
1995년 아시아 최초 독일식 정맥류 혈관경화요법 치료
1995년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
1999년 10월 1일 독일 브레멘 세계정맥학회 좌장
2000년 11월 1일 심영기SK성형외과 의원, 에스케이클리닉으로 명칭 변경
2000년 10월 12일 중국 대련 에스케이차이나 성형의원 설립
2006년 중국 북경SK의원 개원
2008년 연세S병원 설립 및 병원장
2010년 림프부종 새로운 치료법 ‘림프배액술’ 병합요법 수술 시작
2010년 7월 ~2011년 2월 강남구의사회 부회장
2011년 4월 ~2013년 2월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 부회장
2011년 연세에스병원으로 명칭 변경
2013년 일본 아베종양내과와 협력 및 항암면역치료 공동연구
2014년 연세에스병원, 하지정맥류·림프부종 전문진료시스템으로 변경
2015년 세계정맥학회 UIP2015에서 림프부종 신치료법 발표
2016년 현재 대한성형외과학회 종신회원, 세계정맥학학회 정회원,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미세외과학회 정회원,
국제성형외과학회 정회원, 스웨덴 SKOOG의학회 정회원, 일본 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

글/취재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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