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환경-인권피해 최소화… 휴대전화에도 공정무역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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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광물-노동자 착취 문제 일자… 사회적 책임 강조 ‘페어폰’ 나와
출시 한달만에 1만대 선주문… 수익전액 후속제품 개발에 투자

사용자들이 쉽게 운영체제나 부품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한 페어폰 제품. 페어폰 제공
사용자들이 쉽게 운영체제나 부품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한 페어폰 제품. 페어폰 제공
휴대전화 부품에 사용되는 광물 중 상당수는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의 광산에서 채굴된다. 그런데 콩고민주공은 ‘분쟁 광물’과 관련한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가다. 분쟁 광물이란 무장 세력의 협박으로 인권을 빼앗긴 노동자들이 채굴한 광물을 일컫는다. 이러한 광물로 얻은 수익이 무기 제조 등에 재투자되면서 분쟁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에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콩고민주공 또는 그 인근 국가에서 채굴된 분쟁 광물을 제품에 사용하는 기업들이 이 사실을 명시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 조치는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중국 창장(長江)경영대학원(CKGSB)이 발행하는 경영전문지 ‘CKGSB Knowledge’에 실린 페어폰(Fairphone) 사례를 번역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8호(4월 1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분쟁 광물에 대한 제재 조치 이후 일부 업체는 콩고민주공 인근 지역에서 나온 광물이면 무조건 사용을 중지했다. 그 결과,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쳤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이에 페어폰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바스 판 아벌이 아이디어를 냈다.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제작된 휴대전화를 설계한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페어폰은 첫 번째 모델인 ‘페어폰1’을 출시했다. 각 기기의 가격은 325유로(약 42만 원)였는데, 이는 16GB(기가바이트) ‘아이폰6S’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놀랍게도 ‘페어폰1’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만 대 선주문이라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페어폰은 현재 유럽에서만 판매되는데도 이미 6만 대 이상 팔렸다.

그렇다면 페어폰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까. 이 회사의 직원이 현재 40명 수준이며 ‘페어폰1’의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페어폰2’에 모두 재투자하는 바람에 수익을 많이 남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 사업 모델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초기에 페어폰은 하나의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페어폰은 분쟁 광물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등 휴대전화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잘못된 관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효과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페어폰은 공장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어폰의 뮐란 뮈 프로젝트 매니저는 “공급 업체를 찾고 나면 직접 공장을 방문하는 등 해당 업체가 페어폰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어폰 역시 상업적 상품이다.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기술적 요소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뮈 매니저는 “공정성 원칙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 모든 측면에서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휴대폰#공정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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