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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해외 우리 옛 명화, 디지털로 돌아오다

입력 2016-02-16 03:00업데이트 2016-02-16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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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 몽유도원도 등 국보급 7점, 高大박물관-미누 현대미술관서 전시
그림속 강물 찰랑이고… 눈 쌓이고 디지털 이미지로 살아 움직여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 우리 문화재, 디지털 귀향’ 전시에서 15일 관람객들이 이한철(1808∼1880)의 ‘석파정’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된 것은 흐려진 먹선을 복원하는 등 재제작된 ‘디지털 명화’로 실물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측이 소장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15일 서울 고려대 박물관 전시실 벽면에 종이가 물에 젖듯 서서히 나타났다.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조선 산수의 걸작. 일본 덴리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실물의 디지털 사본을 벽면에 투사한 것이다.

고려대 박물관과 경기 성남시 미누 현대미술관은 28일까지 ‘해외 우리 문화재, 디지털 귀향’전을 열고 있다. 전시 작품은 해외 소재 국보급 명화 7점의 디지털 사본으로 흥선대원군의 별서(別墅) 석파정을 절제된 필치로 그린 ‘석파정’(이한철 작), 한국에는 약 10점밖에 없는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등이다. 이 전시회는 동아일보사가 후원한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통 회화를 실물로 보는 것과 또 다른 경험을 준다. 단원 김홍도의 소림모정도(疏林茅亭圖) 속에서는 인적 드문 강에 비가 내리자 물결이 찰랑이고, 묵매화도(이유원 작) 속 매화가지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간다. 조선 후기 문신인 윤봉구 초상(변상벽 작) 속 노유(老儒)는 살아있는 듯 눈을 껌뻑인다. 8절지만 한 화첩 속 산수화는 벽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커져 마치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오래돼 어둡게 변질된 종이 색은 작가가 그릴 당시처럼 환해졌다.

주최 측은 해외 미술관 보유 작품의 초고해상도 디지털 사본을 입수한 뒤 그림 속 대상을 움직이게 만들거나 붓 터치를 보여주는 등의 변형을 가하고 배경음악을 입혔다.

해외에 있는 우리 전통 명화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해외 미술관에서도 특별 전시 때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 낡고 바랜 것들이 많아 보존을 위해 전시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국내 전시가 성사된다고 해도 여유 있는 감상은 언감생심이다. 몽유도원도의 경우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당시 몰려든 인파 탓에 몇 시간씩 줄을 선 뒤에도 실제 볼 수 있는 시간은 1분도 안 됐다.

이번 전시를 총괄 연출한 다인 미디어아트 랩의 남상민 작가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16만 점이 넘지만 돌려받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며 “미술관 수장고 속 걸작을 이처럼 ‘디지털 명화’로 만들어 전시하면 우리와 후세가 평소에도 어렵지 않게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소재 우리 명화의 디지털 제작을 위해 남 작가가 대표로 있는 ‘디지털 귀향 추진 시민모임’은 지난해부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전시도 디지털 사본의 구매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해 가능했다. 관람 문의는 고려대 박물관(02-3290-1807)과 미누 현대미술관(031-754-9696), 캠페인 후원 문의는 사랑의종신기부운동본부(1599-9840).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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