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시의 숨통을 틔우는 비정형의 공간 ‘파빌리온’

손택균기자 입력 2016-01-16 03:00수정 2016-01-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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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파레르곤 포럼 기획/송하엽 최춘웅 김영민 외 지음/252쪽·1만6000원·홍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인 건축사사무소 SoA의 ‘지붕감각’. “복잡하게 얽혀 굳어 성장을 멈춘 채 늙어가는 도시의 감성적 결핍을 해소하는 상상력의 산물”로서 파빌리온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 사례다. 홍시 제공
파빌리온(pavilion)이라는 영어 낱말은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papilio’에서 왔다. 근대 건축이 이 단어에 부여한 ‘임시 구조물’이라는 의미는, 구조 방식으로 빈번히 채택되는 ‘천막’을 통해 어원에 가 닿는다.

서문에 밝혔듯 지금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파빌리온의 예는 해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세워졌다가 3개월 뒤 해체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이다.

지난해 여름 이곳을 찾아 바닥의 갈대 쿠션에 앉아본 사람에게는 ‘나비’가 어떻게 건축형식을 지칭하는 말이 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철제기둥에 널어놓은 갈대 지붕 그늘이 슬금슬금 바람에 흔들리던 그 공간은 ‘목적 없이 짓되 자유로움과 특별함을 내재해야 하는’ 파빌리온 공간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스스로 부수적(parergon) 포럼이라 밝힌 이 책의 기획자들은 경계를 허무는 매개로서 파빌리온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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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소비, 거주, 여가를 위해 빈틈없이 규정된 도시 공간에서 파빌리온의 비목적성이 사람들의 숨통을 틔우는 여백으로 작용한다는 것.

건축학, 조경학 교수와 미술관, 박물관 학예사 등으로 구성된 저자 11명이 각자 전공과 지식에 근거해 파빌리온에 대한 해설을 풀어놓았다. 기획자 스스로 염려한 대로 폴리(folly·소형 가설구조물), 키오스크(kiosk·간이 매점), 누정(樓亭)을 뒤죽박죽 언급한 구성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대학 강의실에서 받아 읽던 프린트 교재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문장도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책의 그런 짜임을 파빌리온의 자유로운 비정형을 이해하는 도구로 여길 수도 있다.

‘폴리’의 다른 뜻은 ‘어리석음, 바보, 광기’다. 목적 없는, 그래서 어리석은 낭비라 여겨질 수 있는 자그마한 숨구멍 공간의 가치를 조망하기에 빈틈없이 정색한 일목요연 서술은 그리 적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파빌리온#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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