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문제는 인구야, 바보야!

김상운 기자 입력 2016-01-16 03:00수정 2016-01-1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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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모타니 코스케 지음/김영주 옮김/324쪽·1만5000원·동아시아
‘경기 좋아져도 내수는 침체’… 핵심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출산 가능한 젊은층 지원해야
일본 아이치 현 도카이 시의 썰렁한 거리 풍경. 경기침체 여파로 역전 거리임에도 변변한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등이 보이지 않는다. 동아시아 제공
#1. “은행에 왜 돈을 넣어요? 금리가 15%밖에 안 되는데….”

최근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다 새삼 놀랐던 대사다. 바둑기사 택이의 우승 상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놓고 이웃들이 한마디씩 거드는 장면에서 나온다. 금리 1% 시대인 요즘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고금리인데도 28년 전엔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른바 3저(저금리, 저유가, 저환율) 호황이 빚은 당시 사회풍경이다.

#2. “금수저가 여기 있었구먼.”

초등학생 아이를 둔 대학동창 모임에서 은행을 다니는 친구가 최근 셋째를 가졌다고 했다. 자녀 1∼2명이 대부분인 동창들은 이구동성으로 금수저, 흙수저를 운운했다. 셋째를 낳는 게 마치 부의 상징처럼 돼 버린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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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려면 일본 경제를 공부하라고 한다. 인구구조나 경제시스템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가려진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실증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파란색 알약을 선택하는 네오처럼, 저자는 경제성장이 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낙수효과’로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은 허구라는 주장이다.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를 차치하고도 경제성장이 소비감소→내수침체→소비감소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각지의 소매 판매액이나 신차 판매대수, 화물 운송량 등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오히려 상승세였지만 거시경제가 호전된 2000년대 들어 꺾이기 시작했다.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지표와 각 개인의 실질 소비활동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이 현상들의 원인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구감소 흐름은 이미 일본 사회 곳곳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주거수요 자체가 줄다 보니 한국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부동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이 투자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면서 이를 대신해 미술품이나 고급차, 명주(名酒), 음반 등 빈티지 라벨이 붙는 사치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문화와 디자인이 차지하는 지위가 해마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구절벽의 거대한 흐름에 맞서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은 없을까. 저자는 고령의 부유층에서 젊은층으로 소득을 이전시켜 소비 위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개개인의 씀씀이라도 늘려서 벌충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출산이 가능한데 당장 자산이 부족한 젊은이를 지원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연공서열에 따른 급료 체계를 억제하고, 자녀를 키우는 젊은 직원들에 대한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의 질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방향은 맞지만 당장 원가절감에 급급한 기업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저자도 이 점을 감안한 듯 기업 입장에서 젊은 직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에 이를 깨닫고 실행에 옮기라고 주문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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