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억 교수 “유교 퇴출시키려 공부하다 유학에 빠져”

조종엽기자 입력 2016-01-14 03:00수정 2016-0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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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교과서 퇴계’ 펴낸 퇴계 17대 종손 이치억 교수
“솔직히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지금도 없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왜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유학 연구자라고 해 고리타분한 인상일 것이라는 기자의 편견은 빗나갔다. 퇴계 이황의 17대 직계 후손으로 퇴계 철학을 연구하는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41·사진)는 영화배우처럼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생존해 있는 이 교수 부친이 16대 종손이고 이 교수가 차종손(次宗孫)이다. 최근 퇴계학 권위자인 김기현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와 ‘인생 교과서 퇴계’라는 책을 함께 낸 이 교수는 “‘유교 문화의 퇴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종가는 항상 손님에게 문이 열린 집이거든요. 사생활도 없고, ‘너는 앞으로 종손이 될 사람이니 점잖고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장난꾸러기였던 어린 시절에는 너무 큰 무게로 작용했어요.”

20대에는 노장(老莊) 사상이나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 철학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유교에는 버릴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조상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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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이 있는 경북 안동의 고향집에서는 퇴계 선생을 기리는 불천위(不遷位) 제사와 유두차사(流頭茶祀·유두절인 음력 6월 15일에 새로 나온 곡식을 조상에게 올리는 의례)를 비롯해 매년 지내는 제사가 요즘도 10회가 넘는다. 그나마 그가 어렸을 적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는 자신이든 아내든 제사에 거의 참석한다고 했다. “제사는 우리 존재의 관계성을 횡적으로, 또 종적으로 확인하는 일이죠. 아름다운 문화가 없어지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유학, 그중에서도 조상인 퇴계의 학문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 부친의 우려가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학문 연구 중 퇴계의 철학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후손 된 도리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좋아하신다”면서도 “아버지도 퇴계 학문을 많이 공부하셨는데, 내가 쓴 책이 부족하지 않을까 여전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삶에 관한 질문에 퇴계 대신 답하는 식으로 짜였다. 그는 “주리론(主理論)을 인간에 국한해 설명하자면, 원래 잘못된 사람은 없으며 잘못돼 보이는 것은 자신이 고귀한 본성을 타고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치억 교수#유교#퇴계 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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