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스피스 병상 확충 없으면 ‘웰다잉法’ 하나 마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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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2018년부터 환자나 가족이 결정하면 심폐소생술과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을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연명의료를 중단했던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된 지 18년 만에 이뤄진 뜻깊은 입법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살인을 거든 범죄자로 몰릴까 봐, 가족은 자식 된 도리를 다 못했다는 죄의식에 빠질까 봐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야 했다. 법이 없어 한 해 5만 명가량이 세상과 아름답게 이별하지 못한 채 튜브를 주렁주렁 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작년 말 별세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처럼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삶을 깔끔하게 정리한 사례는 오히려 예외였다.

하지만 법이 시행돼도 임종을 앞둔 환자를 모두 집에서 모시기는 어렵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병상은 현재 전국에 66개 기관 1104개뿐이어서 말기암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이용이 가능하다. 웰다잉법은 호스피스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같은 다른 말기 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수요는 더 커졌다. 자칫 위중한 환자가 ‘존엄한 죽음’은커녕 방치되는 사태가 우려된다.

환자가 주치의와 함께 쓰는 연명의료계획서와 19세 이상 성인이 써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 보관 조회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 설치비는 올해 예산에 없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 환자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게 한 것도 법의 맹점이다. 정부는 당장 연명의료가 필요 없다는 일부의 주장부터 진정시키고 시행령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호스피스#웰다잉#연명의료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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