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 詩에 性的 덧칠… 뭇매 맞은 中소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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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담은 ‘길 잃은 새’, 번역시집서 과도한 의역 논란
누리꾼 조롱에 결국 회수조치

인도가 낳은 세계적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의 중국어 번역 시집이 과도한 성(性)적 윤색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라 중국 서점에서 회수 결정이 내려졌다고 신화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문제가 된 시집은 ‘길 잃은 새’. 타고르가 1913년 노벨 문학상을 받고 3년 뒤인 1916년 자신의 모국어인 벵골어로 출간한 시집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잠언이 담긴 1∼4줄짜리 시 326편을 엮었다.

이 시집은 중국에서 삶의 지혜를 우아하게 온축한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엉뚱한 번역으로 하루아침에 조롱거리가 됐다. 번역을 맡은 중국 소설가는 1990년대 베이징 젊은이의 성생활을 묘사한 작품으로 유명해진 펑탕(44). 그는 올해 초 새롭게 번역하면서 과도한 성적 메시지가 담긴 의역을 감행해 충격을 줬다. 펑은 ‘세상은 자신의 연인에게 광대함의 가면을 벗는다’는 이 시집의 3번째 시의 1연을 ‘세상은 연인 앞에서 바지 지퍼를 열었다’고 번역했다. 또 ‘친절한(hospitable)’을 ‘육감적인(horny)’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펑의 번역본을 영문판과 이전 중국어판과 비교하며 조롱하는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한 중국 누리꾼은 “펑이 자신의 책에 좋아하는 어떤 것이든 쓸 수 있지만, 그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다룰 때는 기본적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 시집을 출간한 ‘저장 문학과 예술 출판사’는 모든 서점과 인터넷에서 해당 시집 전격 회수를 결정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타고르#중국어 번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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