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작은 어촌 도시에 울려퍼진 한국 민요… 관객들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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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 씨, 한국 테너 류정필 씨와 함께
한일수교 50주년 기념공연

23일 일본 돗토리 현 요나고 시 문화홀에서 열린 ‘한일 우정 50년 기념 음악회’에서 재일동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 씨(왼쪽)와 한국에서 온 테너 류정필 씨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요나고(일본)=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23일 일본 돗토리 현 요나고 시 문화홀에서 열린 ‘한일 우정 50년 기념 음악회’에서 재일동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 씨(왼쪽)와 한국에서 온 테너 류정필 씨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요나고(일본)=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일본 돗토리 현 요나고 시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작은 어촌 도시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일본 이름 지에 리 사다야마·35) 씨는 23일 저녁 요나고 시 문화홀에서 특별한 공연을 가졌다. 한국에서 온 테너 류정필 씨와 함께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합동무대에 오른 것. 670석으로 이뤄진 공연장은 지역 주민을 비롯해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공연에는 그를 오랫동안 후원한 오재희 전 주일대사 등이 참석했다. 공연 시작 전 대기실에서 만난 이 씨는 “음악은 정치나 국제관계를 떠나 많은 것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며 “서먹해진 한일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데 이번 음악회가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두 사람은 ‘오텔로’ ‘토스카’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가곡과 한국 민요를 선보였다. 특히 류 씨가 ‘신고산타령’ ‘뱃노래’ ‘새타령’ ‘밀양아리랑’ 등 네 곡으로 구성된 민요메들리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가장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류 씨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색채를 보여줄 수 있는 민요 선정에 가장 고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한국 민요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이런 공연을 갖게 되면 ‘신아리랑’을 꼭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이 앙코르곡으로 함께 부른 일본 가요 ‘후루사토(고향)’는 고향에서 의미 있는 공연을 하게 된 이 씨가 직접 선택한 곡이었다. 그러나 앙코르는 한 곡으로 끝나지 않았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에 앙코르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 등 세 곡까지 이어졌다. 특히 양국의 피아노 반주자들이 함께 앉아 연주하며 흥겨운 화음을 만들어 냈다.

이 씨는 2010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수석지휘자였던 파비오 루이지에게 오페라 ‘라보엠’의 주인공 미미로 발탁되며 클래식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이제 5년 차 성악가인 이 씨는 “춘희나 미미 등 비극의 여주인공 역할은 나이를 더 먹을수록 표현의 깊이와 기교가 깊어지는 것 같다”며 “해마다 발전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러 온 지역 주민 다나카 씨(78)는 “천혜가 요나고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보는 팬”이라며 “특히 이번 공연은 천혜가 뿌리를 둔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연을 기획한 이 씨의 아버지 이유사 씨는 “한일 양국의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합동공연을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나고(일본)=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한일수교 50주년#소프라노 이천혜#테너 류정필#신고산타령#토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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