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건강상태 조사 “학교 밖 청소년 5명중 1명꼴 자살위험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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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는 2, 3개 질환 동시에 앓아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김모 군(16)은 키도, 몸무게도 또래들에게 훨씬 못 미친다. 눈이 좋지 않지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아니어서 안경을 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력이 더 나빠졌다. 어느 날은 폭식했다가 다른 날에는 아예 먹지를 않다 보니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하지만 맞벌이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온 부모는 ‘바쁘다’는 이유로 김 군을 어릴 적부터 거의 방임했다. 부모에게 별다른 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김 군은 “늘 우울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고 털어놓았다.

학교 밖 청소년 5명 중 1명(22%)은 자살위험군이고, 10명 중 7명(67%)은 2, 3개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학교 밖 청소년 건강증진 서비스 시범사업 운영 결과 및 개선 방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50명(13∼21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자세히 조사한 중간 결과다. 최종 보고서는 12월에 나온다.

학교 밖 청소년의 건강 상태는 취약하다. 조사 대상 50명 중 49명(95%)이 1개 이상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환을 앓았고, 67%는 2, 3개 질환이 함께 나타나 진료를 받아야 했다. 신체적으로는 시력 저하와 이비인후과 질환, 호흡기(천식 등) 및 소화기, 알레르기 질환이 주로 나타났다. 국가 필수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도 30%나 됐고, 이 중 1명은 생후 단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19%가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정신 건강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정서 및 행동 문제로 진료를 받은 청소년이 60%나 됐다.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바 있는 자살위험군도 22%로 높게 나왔다. 또 90%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낮게 평가했고, 이 중 상당수는 또래 및 부모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 책임자인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건강 문제도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다”며 “상당수 부모의 방임과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이 같은 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2016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9∼18세)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10억9200만 원으로, 시행 첫해에 약 1만50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국립중앙의료원#건강상태#자살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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