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력의 핵심, 소재부품산업을 빛낸 인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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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재부품 기술개발 유공포상]

《완제품의 조립생산 능력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되면서 소재부품산업이 기업과 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시책의 일환으로 장은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2000년부터 국내 산업부문 최고 기술상인 ‘소재부품 기술상’을 제정해 포상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우수한 기술 인력의 연구개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작년까지 15회에 걸쳐 411명이 산업훈장(금탑, 은탑, 동탑, 철탑, 석탑)을 비롯해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을 받았다.》

▼ 저소음·고효율 진동리퍼와 굴착기용 해머 기술 보유 ▼
산업훈장(동탑)/㈜대동이엔지


“소재부품 기술개발유공 동탑 산업훈장 수상은 한마디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하는 투자자 연계형 기술개발사업의 성과물이다. 함께 과제를 진행한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의 박종원 책임, 김성현 선임, 충남대학교 김재훈 교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새로운 소재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러 기관과의 산학협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각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정말로 기쁘게 생각한다.” 박정열 대표이사(사진)의 수상소감이다.

굴착 작업은 건설과 광산 분야에서 지표면이나 지하에서 암석 따위를 파고 뚫고 부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굴착기와 다양한 부착 작업기가 필요하다.

최근 굴착과 시공용 기계부품 시장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심 내 굴착 또는 철거공사에 대한 소음 및 진동, 작업시간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가 화두다. 기존의 암반 파쇄 공법인 유압브레이커를 사용하면 소음과 진동이 많이 발생하고, 무진동 할암공법이나 Super Wedge공법은 작업량이 줄어 시공비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진동발생장치에 리퍼를 부착해 진동을 암반에 가함으로써 암반을 깨는 저소음, 고효율 진동리퍼는 기존의 타격에 의한 착암기인 유압브레이커보다는 장점이 많은 암반 파쇄 장비다.

㈜대동이엔지가 개발한 진동리퍼는 85db 이하의 낮은 소음으로 도심 등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작업효율도 40% 이상 향상시켜 작업자의 피로도 줄일 수 있다.

이 회사는 진동기술을 암반파쇄 기술에 접목시킨 진동리퍼 제품과 관련한 직접적인 국내 특허를 9건 등록했고, 간접적인 특허까지 총 20건의 특허를 확보해 건설기계의 기술발전과 국내기술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이 회사는 또 엔진수송용 차량과 보조인력 등이 필요한 기존의 크레인 자유매달림식 바이브로 해머와는 다른 방식으로서, 시공현장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굴착기 어태치먼트 타입의 바이브로 해머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2015년 예상 매출액은 2012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100억 원(수출액 90억 원)을 웃돌 전망이다.

박정열 대표는 “2020년에는 수출 1억 달러, 세계 최고 제품 5개, 특허 100건 보유(현재 48건) 달성이 회사의 목표”라며 “꾸준한 기술 혁신으로 매년 매출성장 30%를 달성해 초일류 건설기계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경쟁의 모범이 되는 최우수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테스트용 세라믹 기판 개발 성공… 원가절감에 기여 ▼
산업훈장(철탑)/삼성전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웨이퍼는 제작 후 전기적 성능 테스트가 필수적이다.

이때 사용하는 테스트용 기구를 프로브 카드(Probe card)라고 부른다. 프로브 카드는 PCB 기판, 스위치 IC 및 다층 세라믹 기판 등으로 이루어진 제품인데, 국내외 중견기업들이 제작해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 중 STF(Space Transformer)로도 불리는 다층 세라믹 기판은 지름 300mm, 두께 5mm, 층수 20∼70층, 1만∼10만 via hole로 구성됐다. 기계적으로 수만 개의 탐침을 지지하면서 테스터의 신호를 웨이퍼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 개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하는 이 기기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왔기 때문에 기술 의존과 종속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국내 여러 업체에서 개발을 시도했으나 양산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삼성전기는 일본 회사들과 같은 재료와 공법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고온소성기법 대신에 저온소성기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후 5년여의 개발과 시험 양산기간을 거쳐 2011년 드디어 반도체 제조사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완성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STF 제품은 일본 경쟁사 제품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고, 위치 정밀도와 열팽창 특성, 고주파 전기적 특성도 우수하다. 그래서 프로브 카드 제조회사와 반도체 제조회사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짧은 기간에 국내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STF 제품의 국산화 성공으로 국내 프로브 카드 제조회사 및 반도체 제조회사는 테스트 원가 절감, 납기 단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라는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박윤휘 수석연구위원(사진)은 “아직 시작단계여서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당황스럽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메모리용 STF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비메모리용 STF 개발도 추진해 향후 5년 내 세계 1위의 테스트용 세라믹 부품 공급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기체 차단하는 디스플레이용 코팅필름, 국내 최초 양산 ▼
산업포장/㈜아이컴포넌트

퀀텀닷(QD·Quantum dot) TV 및 OLED 디스플레이의 물질은 공기 중에 있는 산소나 수분과 결합해 산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산화한 물질은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발광을 하지 못하고 불량화소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수분을 차단해 산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디스플레이로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수분의 분자는 매우 작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필름을 형성하는 분자보다도 작기 때문에 일반적인 필름으로는 산소와 수분을 차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산소와 수분을 차단할 수 있는 코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컴포넌트가 개발해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에 상용화한 봉지 필름은 무기막(유리막, 알루미늄막 등)과 유기막 코팅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신소재다. 모든 생산 공정은 Roll to Roll로 진행돼 제품의 대형화와 양산 측면에서 탁월하다. 모든 소재와 공정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외부 의존도가 낮다. 고객이 원하는 물성으로 맞춤 제작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2015년 200억 원 매출 기여 효과가 예상된다.

황희남 이사(사진)는 “우리 회사는 디스플레이 소재로서의 배리어(Barrier) 필름을 국내 처음으로 양산했다.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용 배리어 필름시장에서도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면서 품질 경쟁력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 2016년 배리어 필름 1000억 원 매출 목표를 달성해 확고한 강소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 초미세 금 본딩 와이어 개발…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
산업포장/엠케이전자㈜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소재인 금 본딩 와이어는 반도체칩과 외부를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전선의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이 작고 얇아지고 고성능화되면서, 본딩 와이어의 굵기도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요즘엔 하나의 반도체칩에 최대 2000가닥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강도가 뛰어난 초미세 본딩 와이어의 개발에 나선 엠케이전자는 12um(마이크로미터) 본딩 와이어 개발에 성공했다.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는 100um인데 엠케이전자가 새로운 본딩 와이어를 개발하기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와이어 직경은 머리카락의 4분의 1 수준인 25um였다. 엠케이전자가 새로 개발한 12um는 금 1g으로 460m의 와이어를 뽑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다.

12um 초미세 본딩 와이어 개발은 수입대체, 수출증대, 수요산업 경쟁력 확보 등 관련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에서 100% 수입하던 15um 이하 미세 금 본딩 와이어 시장을 전량 국산제품으로 대체했다. 2010∼2014년 국내 매출액은 약 270억 원. 2015년도 수출 예상액은 100억 원.

문정탁 이사(사진)는 “밤낮으로 저와 함께 기술 개발을 해왔던 회사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부모님, 늦은 귀가를 이해해준 아내와 가족들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입사 당시 엠케이전자는 작은 회사였으나 현재 세계 3위 업체로 성장했다. 다양한 재료의 기술 개발을 통해 본딩 와이어 분야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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