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경제성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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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은 장애인 차량과 택시, 렌터카 등 일부 차종에서만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허용돼 있다. 그런데 LPG 차량에 대한 사용 제한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5년간 택시 및 렌터카로 운행해온 LPG 중고차를 일반인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2017년부터 일반인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게 된다. LPG 차량 이용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LPG가 친환경 연료인 데다 기존 LPG 차량 소유자의 재산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 근거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사고가 났을 때 LPG 차량이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보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2011년 서울 남산 1호 터널에서 LPG 택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시간가량 불이 계속 타오르며 점차 커지는 동안 운전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당시 터널에는 30m 간격으로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LPG 가스통이 폭발할까 봐 접근을 못했다. LPG 차량의 경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진화를 충분히 할 수 있어도 폭발 위험성 때문에 일반인들이 두려워 접근을 쉽게 못하기 때문에 진화가 지연되고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사고 원인은 노후 차량의 정비 불량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사고 택시는 2007년 6월 21일 최초 등록한 택시로 차령이 4년이 넘은 차량이었다. 총 주행 거리가 50만 km를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4년간 운행한 후 택시연장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한 후 1년간 더 운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문제의 차는 택시연장검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 문제가 많은 가스 차량에 대해 정부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해준 셈이다.

대개의 LPG 차량 검사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이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난 택시 상태가 주행 중 불이 붙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지만 사고 직전 가스 차량 검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실제로 가스 차량 검사에서 탈락하는 택시는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검사로 LPG 차량의 화재나 폭발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LPG 차량 사고가 도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신차보다는 중고차가 사고에 더 취약하다. 이런 마당에 LPG 중고차를 일반인에게까지 마구 확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의아스럽다.

국내에서는 교통수단의 화재와 폭발에 대한 방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준(準)대중교통수단’인 택시가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택시 연료를 LPG에 국한시키지 말고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거꾸로 일반인까지 LPG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교통사고는 사고 후 대책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 터널에서 LPG 차량이 폭발한다면 대형 인명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가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회는 새로운 법안의 경제성만 부각시키지 말고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보기를 촉구한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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