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는 순간, 앗 뜨거!…발전된 치료법으로 ‘마음의 화상’까지 지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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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이진한 의사·기자
이진한 의사·기자
누구나 한 번쯤 아차 하는 순간 뜨거운 물, 불, 온열기기 등에 데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가벼운 증상에 그쳐 화상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화상은 면적이 전신의 30% 이상 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또 화상을 입을 당시의 트라우마, 화상 흉터로 인한 심리적 위축, 오랜 치료 기간과 높은 치료 비용 등 복합적인 문제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의사 출신 기자로서 일반인보다 화상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자부했지만 필자도 얼마 전 커피를 쏟아 2도 화상을 입고 나서야 그 위험성과 고통을 실감했습니다. 다행히 화상 부위의 예후가 좋아 3주 만에 완치를 했지만 심하면 치료기간이 배 이상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화상 치료 중 가장 힘들었던 과정은 마취 없이 죽은 살을 벗겨내는 가피제거술입니다. 이는 새살이 돋기 위해 화상환자에겐 필수입니다. 주로 메스나 거즈 등으로 해당 부위를 제거합니다. 그러나 굴곡진 부위의 세밀한 조직 제거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 환자는 고통스럽고 의료진에게도 매우 고된 일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이러한 고통을 덜어줄 따뜻한 의료기기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상처 및 흉터 치료 영국계 의료기기 회사 스미스앤드네퓨의 ‘버사젯(VERSAJET)’은 화상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수술 뒤 예후를 개선시킵니다. 버사젯은 날카로운 금속이 아닌 고압의 식염수 물줄기를 분사해 가피를 제거하고 동시에 흡입튜브를 통해 빨아들입니다. 감염의 위험을 낮추고 수술시간도 일반 도구를 이용할 때보다 40% 가까이 단축합니다. 물줄기는 10단계까지 강도 조절이 가능해 손과 발, 얼굴, 생식기와 같이 굴곡지고 연약한 피부에도 도움을 줍니다. 초음파를 이용한 가피제거용 의료기기도 있습니다. 독일계 의료기기 제조사 쇠링의 ‘소노카(Sonoca)’는 초음파 음향 에너지를 이용해 상처 복구에 필요한 세포들은 손상시키지 않고 죽은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합니다.
의료진이 레이저를 이용한 핀홀법을 화상흉터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의료진이 레이저를 이용한 핀홀법을 화상흉터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화상치료 과정에서는 습윤한 환경을 만들어 오염을 막고 피부재생도 촉진하는 한국먼디파머의 ‘메디폼 실버’, 또 깊은 2도나 3도 화상 등 더 깊은 화상엔 테고사이언스의 ‘홀로덤’ 등이 사용됩니다. 치료 뒤엔 최대한 흉터가 남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얼마 전 연세스타피부과에 도입된 ‘핀홀4.0’은 최신 레이저를 이용한 화상흉터 치료법입니다. 3가지 레이저를 단계별로 표피와 진피에 모두 작용해 피부 속에서 재생을 빠르게 이끌어냅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3회 이상 해야 느낄 수 있었던 개선 효과를 한 번 치료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나 전신화상 환자에게 많이 사용됩니다.

최근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집에서 흉터를 관리할 수 있는 흉터개선 제품도 나와 있습니다. 스미스앤드네퓨의 실리콘 겔 흉터개선제 ‘시카케어’는 화상 흉터를 부드럽고 희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눌러줘 흉터가 울퉁불퉁해지는 것도 막아줍니다. 태극제약 ‘벤트락스겔’도 저자극 생약 성분인 양파추출물 복합제 성분을 통해 과도하게 흉터 조직이 증식되는 것을 막고 흉터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화상 사고는 누구나 발생할 수 있지만 부족한 사회적 관심으로 환자가 겪는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더욱 발전된 치료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필자를 비롯한 모든 화상 환자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몸과 마음으로부터 화상의 흔적을 지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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