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치 원칙 훼손된 광복 70년 ‘고무줄 사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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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형사범 6527명을 특별사면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두 번째인 이번 사면에 처음으로 기업인이 포함됐지만 재계의 기대와 달리 소폭에 그쳤다. 대기업 총수 중 최 회장이 유일하게 사면 복권된 것은 형기 4년 가운데 2년 7개월을 복역한 점이 감안됐을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절제된 사면’이라고 언급했듯이 기업인 사면을 최소화하고 정치인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한 점은 어쨌든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생계형 사면을 위주로 하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계, 소프트웨어업계 등과 일부 기업인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와 일자리의 명분이 있다고는 하나 4대강 및 고속철도 사업에서 입찰 담합으로 적발됐던 대기업 건설사의 제재까지 풀어주었다. 이래서야 건설사의 해묵은 담합 비리가 뿌리 뽑힐지 의문이다.

단순 음주운전을 한 교통사범 22만여 명을 사면한 것도 음주운전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법행위임을 고려하면 ‘생계형 사면’이랄 수 없는 관대한 조치다. 역대 정권의 대규모 특별사면마다 포함시켰던 음주운전자 ‘포퓰리즘 특별감면’처럼 이번에도 음주운전 교통사범이 되레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잦은 사면이나 무더기 사면은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든다. 비리 기업인이나 정치인 사면은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부패척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논란이 발생한 올 5월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화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바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무분별한 사면에 대못을 박을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법치 원칙#훼손#광복 70년#고무줄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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