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현두]광주와 인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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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두 스포츠부장
이현두 스포츠부장
얼마 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의 김윤석 사무총장을 만났다. 지난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에 있었던 이런저런 뒷얘기를 하던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잠겼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광주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인 할머니의 얘기를 할 때였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김 총장은 ‘대회를 치르기를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광주가 고향인 김 총장은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통해 광주 시민들이 얻게 된 자신감과 자부심이야말로 대회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성공한 대회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10개월 전 아시아경기를 치른 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인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심지어 “대회가 끝난 뒤 광주가 쪽박을 차게 될 것”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두 대회 모두 전임 시장들이 유치해 현직 시장들은 한때 대회 개최에 회의적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아시아경기처럼 유니버시아드대회도 메르스 여파로 위축된 사회 분위기에서 열렸다. 게다가 광주는 인구와 면적에서 인천의 절반 정도밖에 안 돼 여건이 더 좋다고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광주는 달랐다. 대박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쪽박은 차지 않았다. 사실 인천과 광주는 시작부터 차이가 있었다. 인천 아시아경기 유치가 확정된 2007년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로 약 20조 원의 부가가치 효과와 27만 명 정도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반면 2009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했을 때 광주는 대회 유치 효과로 인천과 같은 장밋빛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유니버시아드대회가 광주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사회간접자본의 투자 증대에 따른 도시 장기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보는 이런 생각의 차이는 이후 준비 과정에서 행동의 차이로 이어졌다. 인천시는 문학경기장을 보수해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도 4722억 원을 들여 주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이런 식으로 16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만 9185억 원을 썼다. 경기장들은 인천시내 각 구군에 공평하게 나뉘어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공단 지역 한가운데 들어선 배구경기장처럼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지어진 경기장이 대부분이다. 대회 후 경기장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한 인천시는 올해만 이 경기장들의 운영비로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떠안았다.

인천과 달리 광주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3개의 경기장만 새로 지었다. 그중 다목적체육관과 국제수영장은 대회 후 광주여대와 남부대에 운영을 맡기는 조건으로 이 학교들 안에 지어 용지 매입비를 절약했다. 대회에 필요한 나머지 65개 경기장은 기존 경기장을 이용했다. 광주는 대회 시설비로 받은 예산 4683억 원 중 3338억 원만 썼다.

대회가 끝났지만 차이는 여전하다. 인천 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는 최근 들기도 쉽지 않은 두꺼운 분량의 ‘아시아경기 공식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경기 기록을 적어 놓은 책자로 최고급 종이로만 만들어졌다. 최고급 종이로 만든 사진첩에 이은 두 번째 자료집이다. 국가와 인천시의 보조금 2541억 원을 수입으로 처리해 233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하더니 그나마 그 돈도 다 쓸 심보인가 보다.

이현두 스포츠부장 ruchi@donga.com
#광주#인천#유니버시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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