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화투 대신 박스포장… 돈버는 경로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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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지역 中企연계 일자리사업

15일 오전 경기 파주시 가람마을 2단지 경로당 노인들이 쇼핑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노인들은 “일거리가 생긴 뒤 성취감도 생기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파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15일 오전 경기 파주시 가람마을 2단지 경로당 노인들이 쇼핑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노인들은 “일거리가 생긴 뒤 성취감도 생기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파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힘이야 조금 들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지. 용돈도 벌고 아주 좋아.”

15일 오전에 찾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가람마을 2단지 경로당에선 할머니 할아버지 15명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쇼핑백 만들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할머니들은 작은 음료수 병으로 쇼핑백 끝 부분을 눌러 매끄럽게 접은 뒤 풀칠을 해서 붙였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들은 쇼핑백을 천공기에 올려놓고 손잡이를 달 구멍을 뚫었다. 거실의 할머니들은 쇼핑백 구멍에 끈을 달고 100개씩 묶은 뒤 비닐봉지에 넣어 한쪽에 쌓았다. 모두 수작업이지만 마치 기계가 하듯 철저히 나눠 진행됐다. 경로당 이경수 회장(79)은 “그냥 모여서 놀기만 하다 일거리가 생기니까 경로당이 활기차고 전보다 화합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로당에선 올해 4월부터 부업이 시작됐다. 파주시가 관내 쇼핑백 제조업체와 경로당을 연결해 준 것이다. 현재 경로당 회원 65명 가운데 20여 명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고령인 정순용 할머니(93)도 “가만있으면 더 아프다”며 매일 작업장에 나와 끈 매듭 작업을 한다. 경로당 측이 쇼핑백 1개를 만들고 받는 돈은 35원. 초기에는 하루 1000개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산량이 2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달 목표량은 4만 개. 지난달 수입 110만 원은 작업에 참여한 노인 22명이 3만∼8만 원씩 나눠 가졌다. 신화자 씨(73·여)는 “집에 있으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데, 여기 나와서 일하면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지, 용돈 벌어 저축하지 일석이조”라며 “모은 돈으로 나중에 며느리 선물 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탄면 신산2리 경로당도 올 2월부터 회원 35명 가운데 8명이 매일 오전 4시간씩 벽지 시트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완성된 시트지를 말아서 가격표와 바코드를 붙이고, 비닐 포장을 하는 일이다. 이상봉 총무(71)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대신 소일거리를 하면서 몸도 움직이고 돈도 버니까 모두들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파주시가 올해부터 지역 중소기업과 경로당을 연결해 추진 중인 노인일자리 사업이 경로당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전체 390곳 가운데 현재 50곳 1350여 명의 노인과 27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박스 포장, 플라스틱 포장, 골프장 환경정화, 김치 재료 다듬기, 재활용품 수거, 학교지키미, 네일아트 인조손톱 포장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음 달부터 경로당 15곳이 새롭게 참여한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지역 업체들도 물류비용이나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경로당 배정 물량을 늘리고 있다.

파주시는 다음 달부터 화물차 1대와 전용 기사를 둬 업체와 경로당을 오가는 물류 운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비록 큰돈은 안 되지만 부업이 가져온 경로당의 변화는 기대 이상”이라며 “장기나 바둑, TV 시청, 10원짜리 화투가 전부이던 경로당에 활기가 생겼고 노인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고 전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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