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에 직언 못 하고 끌려다닌 김무성 대표 1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내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당 대표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헌적인 국회법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덜컥 합의해 주면서 비롯된 유승민 사태에서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못 했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싸워 이길 수 없지 않느냐”라며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을 옆에서 거들었다.

김 대표는 1년 전 대표직에 출마하면서 ‘수평적 당청(黨靑) 관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대등한 관계 속에서 할 말을 하며 국정을 풀어 나가겠다는 포부였다. 그는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 뒷받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당의 단합과 혁신을 약속했다. 2년 임기의 반환점을 맞는 김 대표는 이런 약속들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만 해도 당초의 호언장담과 달리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맹탕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필요한 핵심 법안들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보수 혁신’을 강조했으나 국민이 실감하는 성과물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그는 당청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일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사태를 처리하면서 김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 반발과 박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의식했을 수 있다. 어제 그가 청와대와 친박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원유철, 김정훈 의원을 각각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추대하기로 한 것도 당내, 당청 갈등을 봉합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권의 공동 책임자인 여당이 대통령의 뜻을 추종하기만 한다면 당의 미래는 밝지 않다. 국민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서로 협조와 경쟁을 주고받는 건강한 당청 관계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가 반발하자 얼른 꼬리를 내렸다. 그 뒤부터 그는 자신의 소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가 가져온 국회법 개정안을 처음에는 수용했으나 박 대통령이 반대하자 돌아서 개정안의 자동 폐기로 가닥을 잡았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다 박 대통령과 친박의 뜻을 수용했다. 그는 당 대표다운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여당 지지율이 야당을 계속 앞서는 것을 큰 성과로 여길 수 있으나 정당과 정치인의 인기는 거품과 같은 것이다. 그가 1년 동안 여당 대표로 살아남았을지는 몰라도 강력한 주도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