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손영일]경제검찰의 투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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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 경제부 기자
손영일 경제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는 공정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비상임위원들은 비록 상시적으로 업무를 보지는 않지만 상임위원들과 마찬가지로 전원회의와 소회의에 참석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공정거래법 제37조의3 제1항은 전원회의에 회부되는 사건 유형을 한정하고 있다. 전원회의까지 올라온 사안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대립이 치열하다. 관련 자료만 수백, 아니 수천 쪽에 이르고 쟁점마다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진다. 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소회의를 합쳐 1년에 160∼170회 열리며 처리하는 안건만 평균 500건 남짓이다.

준사법기관인 공정위의 결정은 1심 법원의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지니다 보니 무엇보다 전문성이 중시된다. 상임위원의 경우 공정위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 선택된다. 전체 9명의 위원 중 4명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것 역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다양한 경제 사건들을 다루는 만큼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심의에 있어 공정위 내부의 조직논리에 휩쓸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비상임위원들 대부분이 ‘투잡’ ‘스리잡’을 갖고 있어 전문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심의사안의 제척·기피·회피의 대상이 아닌 한 비상임위원이 별도의 직업이나 업무를 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비상임위원들이 여러 정부기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일이 많았다.

현재 4명의 비상임위원이 사회 각계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다양하다. 한 사람이 2∼4개 직책을 맡고 있어 공정위 안건에만 집중하기 힘들다. 그 결과 비상임위원들의 업무가 공정위 출신 상임위원들에게 간단한 조언을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역할만 할 것이라면 공정위의 자문위원을 맡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위원의 자격요건으로 2급 이상 공무원 출신이나 15년 이상의 법조인 경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법조인 출신이라고 다 공정거래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경쟁 업무에 전혀 경험이 없는 이혼전문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전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 공정위 안에서는 위원회의 다양성을 위해 외부인사를 꼭 참여시켜야 한다면 비상임이 아닌 상임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임위원을 민간 개방직으로 공모한 뒤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도 안 된다면 최소한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된 뒤에는 다른 외부직책을 맡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비단 공정위뿐 아니라 다른 정부의 위원회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조직 내의 비상임위원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손영일 경제부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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