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군 ‘1박 귀순’이 드러낸 뻥 뚫린 휴전선 최전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0시 00분


코멘트
15일 귀순한 10대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에 발견되기 전 감시초소(GP) 앞에서 1박했지만 군은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GP는 군사분계선에서 1km밖에 떨어지지 않아 군이 최고의 경계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군은 날이 밝은 뒤 북한군 병사가 GP 상황실 4m 앞에 접근할 때까지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만일 북한군이 도발을 작정하고 침투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지 모른다. 2012년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전방소초 부대 창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던 ‘노크 귀순’과 다를 바 없는 참담한 경계 실패다.

군은 당시 짙은 안개로 10m 앞도 보이지 않았고 GP 전방엔 수풀이 우거져 귀순자의 접근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구구한 변명이다. 악천후라면 오히려 경계를 강화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군의 책무 아닌가. 노크 귀순 사건을 겪고도 경계태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휴일 밤 느슨하게 근무하다 경계망이 뚫린 것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북한군의 노크 귀순 이후 국방부는 최전방에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과학화 경계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155마일 휴전선을 24시간 경계해야 하는 장병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폐쇄회로(CC)TV와 열상감시장비(TOD)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군의 경계태세가 대폭 강화됐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깨졌다.

노크 귀순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장성 5명과 영관급 9명을 문책했지만 그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누구를 문책하고 어떤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것인가. 북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하기는커녕 경계에도 실패하는 군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북한군#경계태세#노크 귀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