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 직구’로 59만 원에 살 물건을 160만 원에 팔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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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 혼수용품으로 인기 있는 미국의 템퍼 매트리스 퀸사이즈는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약 160만 원에 판매된다. 그러나 같은 제품을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입하면 59만여 원에 살 수 있다. 한국 판매가는 해외 직구 가격의 2.7배에 이른다. 수입업체들이 우리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폭리를 취하는 사례다.

한국소비자원이 혼수용품 9개 제품의 해외 직구 가격과,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3대 오픈마켓의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9개 제품 가운데 8개가 배송비와 관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도 직구 가격이 한국 판매가보다 낮았다. 템퍼 매트리스 해외 직구 가격이 62.8% 저렴했고 독일 지멘스의 전기레인지는 59.9%,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머신은 53.2% 쌌다. TV, 전기레인지, 진공청소기, 매트리스, 캡슐커피머신, 압력솥을 1개씩 구입할 때의 해외 직구 가격은 총 473만9966원으로 국내 판매가 총액 736만7900원보다 262만7934원(35.7%) 저렴했다.

해외 직구로 구입한 제품은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받기 어렵고 운송 도중에 파손되면 보상 처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판매가가 해외 직구 가격의 2∼3배나 된다면 누가 봐도 터무니없다. 이번 조사 결과는 상당수 수입업체들이 유통 마진을 지나치게 높이 책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폭리가 혼수용품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제품을 주문해 구매하는 시대에 이런 구태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수입품의 국내 판매가를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국내외의 제품 가격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한 자료를 수시로 국민에게 제공해 수입업체들에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하는 게 효과적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개인도 마음만 먹으면 세계 각국의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소비자들은 국내외에서의 제품 구매에 따른 종합적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현명한 소비’를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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