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용맹한 전사와 사막의 바람이 이뤄낸 ‘압도적 풍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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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요르단 페트라·와디럼

1세기에 로마에 의해 패망한 나바티에 족의 고대 도시 페트라. 전사의 차림으로 선 베두인족 청년 뒤로 펼쳐진 것이 협곡의 절벽을 마치 사원처럼 보이도록 조각한 알카즈네다. 요르단=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1세기에 로마에 의해 패망한 나바티에 족의 고대 도시 페트라. 전사의 차림으로 선 베두인족 청년 뒤로 펼쳐진 것이 협곡의 절벽을 마치 사원처럼 보이도록 조각한 알카즈네다. 요르단=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요르단에 대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특이한 영상을 만났다. 요르단의 압둘라 이븐 후세인 2세 현 국왕(53)이 군 헬기를 직접 조종하며 미국인 기자를 태우고 요르단 곳곳의 경관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헬기를 내린 국왕은 오토바이를 몰기도 하고, 산꼭대기 유적까지 수백 개 계단을 걸어 오르는가 하면, 급류 래프팅과 동굴탐험까지 즐겼다. 이 영상은 방송사가 요르단의 관광자원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것인데 여기에 출연한 왕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만능 스포츠맨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친근한 인물로 다가와서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옥스퍼드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두루 수학한 영재다. 이 왕가는 대단하다. 아버지는 지난 세기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동평화 협상 때마다 중재 역할을 맡아 ‘분쟁의 해결사’ ‘줄타기 외교의 명수’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불렸던 후세인 1세 요르단 국왕(1999년 타계). 그의 고조할아버지는 1916년 ‘아랍 부족의 왕(King of Arab)’으로서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압제에 신음하던 아라비아반도의 아랍 부족 해방을 위해 일으킨 ‘아랍 대봉기(The Great Arab Revolt)’의 선봉장 압둘라 1세다. 압둘라 1세는 영국이 파견한 정보장교 로렌스 대위의 도움을 받아 그의 하심 왕국(현 요르단)이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주인공이다.

하심 왕가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 압둘라 2세 현 국왕은 그의 43대 손이다. 요르단의 정식 국명―요르단 하심 왕국(Hashimite Kingdom of Jordan)―이 그런 혈통을 말해 준다. 하심은 이슬람 성지 메카를 다스리던 부족으로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와해된 뒤 아랍 대봉기를 통해 비로소 ‘국가’를 수립한다. 그게 요르단의 전신 ‘트랜스 요르단(요르단 강 동편이란 뜻)’인데 영국에 통치를 위임할 수밖에 없던 ‘반쪽 나라’였다. 그러다 현 왕의 할아버지가 1946년에 완전한 독립국 요르단을 세우는데 그날이 5월 25일, 69년 전 그끄제다. 그날 밤 구약성경에도 등장하는 수도 암만의 밤하늘은 그 어느 해 독립기념일보다도 많은 폭죽으로 화려하게 밝혀졌다. 70주년을 맞을 내년 독립기념일의 전야제이므로.

요르단과 이스라엘, 그 명과 암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스라엘 옆 요르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해도 그렇다. 사람들에겐 ‘사해=이스라엘’이다. 하지만 실제 사해는 두 나라가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웨스트뱅크(요르단 강 서안지구)’도 일반적으로는 이스라엘 땅으로 알지만 실제는 다르다. 이 땅은 국제법상으로는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의 실질적 영토다. 그걸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을 뿐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도 애초엔 요르단 영토였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때다. 웨스트뱅크에는 동예루살렘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 도시 예리코,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 등 기독교 성지가 많다. 그러니 이 땅이 요르단 영토로 남았다면 성지 순례 루트도 이스라엘과 요르단 두 나라로 반분되었을 것이다.

요르단 사해의 해변 언덕에 있는 켐핀스키 이시타르 데드시 호텔.
요르단 사해의 해변 언덕에 있는 켐핀스키 이시타르 데드시 호텔.
요르단 관광의 간판스타 페트라

하지만 웨스트뱅크의 기독교 성지를 포기하더라도 요르단의 관광자원은 넘쳐 난다. 대표적인 것이 사막의 바위 안과 밖에 건립돼 한때 영화를 누렸던 고대도시 페트라(세계유산)다. 페트라는 가 보지 않은 이도 사진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모습은 협곡 틈새에 있는 알카즈네 정도다. 바위 절벽 표면을 조각하듯 파내어 건축물처럼 보이도록 한 유적이다. 그런데 알카즈네는 고대 유적 중 일부에 불과하다. 가서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 고대 도시는 거대하다. 기원전 6세기에 이렇듯 발달된 문명이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페트라가 최근엔 더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페트라 바이 나이트(Petra by Night)’라는 한밤의 이벤트 덕분이다. 1800개 촛불로 협곡의 알카즈네를 밝히고 그 앞에서 비올라의 원형인 고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명상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생 잊지 못할 인상적인 이벤트다.

진정한 사막 여행지 와디럼


요르단 국토의 절반을 차지하는 네푸드 사막도 훌륭한 관광지다. 대표적인 곳이 ‘와디럼(Wadi Rum)’이라는 황무지 산악지대. 사막에 널리 퍼져 사는 베두인족의 텐트를 본떠 큰 바위 아래 협곡에 설치한 텐트 호텔에 머무는 사막 체험은 압권이다. 아침저녁으로 사륜 구동 차량이나 낙타를 타고 사막을 주유한다. 와디럼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촬영지이자 압둘라 1세 아랍 왕의 아들 파이잘 왕자가 터키군을 공격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횡단한 현장이다. 하지만 그런 처절한 역사와는 달리 와디럼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치 만점의 사막 경관지구다.

사막의 바다 휴양지 아카바

이 ‘죽음의 사막’ 끝에서 여행자는 홍해를 만난다. 미풍에 머리칼이 기분 좋게 날리는 아름다운 항구 아카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군이 포대를 배치해 지키던 이 항구는 아라비아 반도 내륙으로 군수물자를 공급하던 해군기지. 로렌스 대위와 파이잘 왕자가 이끄는 아랍기병대는 아카바 항에 내린 물자를 수송하던 사막의 철도를 기습해 파괴한다. 아카바 함락은 아랍 대봉기를 성공으로 이끈 최고의 전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자는 와디럼 건너 아카바에서 유유자적 홍해를 조망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이곳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스리 포인트(Three Points). 해변에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로 코앞이다. 요르단이 아라비아 반도의 내륙 국가를 면한 건 바로 이 유일하면서도 귀중한 아카바 항 덕분이다. 이곳은 지중해 못잖은 멋진 바다로 다이버의 천국. 세상에서 가장 맑은 물과 다양한 산호초 등 수생식물이 여행자를 맞고 있다.

요르단의 요르단 강

요르단 강은 북쪽 갈릴리 호수(혹은 해)에서 넘쳐 흐른 물이 만든 줄기다. 그게 남쪽의 사해를 향해 흘러들면서 대지는 남북 방향으로 깊게 파였는데 그게 요르단 계곡. 성서에 따르면 예수의 주요 활동무대는 갈릴리 호수와 예루살렘, 그리고 사해 북쪽 요르단 강 유역인 베다니이다. 그래서 이 근방은 모두 성지로 남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두 나라로 갈려 있다.

그 강안 동편 요르단 쪽의 베다니는 세례자 요한이 꿀과 메뚜기를 먹으며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도래를 알리고 예수에게 물로 세례를 준 곳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교단이 제각각 기념교회와 성당을 짓고 성지 순례자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더이상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세례 의식은 근처 강에서 한다. 그런데 그 장소가 흥미롭다. 그 강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으로 양국 무장 경비병이 지키고 있다. 물론 적대시하지는 않지만 과거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섭씨 60도의 온천수 폭포에 있는 럭셔리 리조트. 사해 부근 마인에 있다.
섭씨 60도의 온천수 폭포에 있는 럭셔리 리조트. 사해 부근 마인에 있다.
요르단의 사해, 마인의 온천 폭포

사해 역시 두 나라의 국경. 사해는 사람을 물에 띄우는 엄청난 부력 외에도 미네랄이 풍부한 염분으로 인기가 높은 관광지이자 휴양지다. 개발은 1980년대 이스라엘이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요르단은 사해를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로 만들기 위해 국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대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시설은 이스라엘 쪽보다 훨씬 럭셔리하다.

사해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휴양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그 이유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첫 번째는 자외선 ‘제로’의 햇빛 덕분이다. 햇볕을 아무리 쬐어도 피부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풍부한 산소다. 평지에 비해 8%가 더 많은데 해수면보다도 472m나 더 낮은 저지대여서 그렇다. 그 소금물에 포함된 풍부한 미네랄이 효험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근방의 마인에 있는 온천 폭포는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어트랙션이다. 수온 60도의 온천수가 쉼 없이 절벽에서 쏟아져 내린다. 온천수는 보통 땅속 지열로 데워진 지하수가 일반적인데 이것은 정반대로 지표면의 지열로 데워진 지하수다. 마인은 신약성경에 유대왕 헤롯이 살로메의 춤을 감상하고는 살로메의 요구에 따라 세례자 요한을 참수한 곳이다.

▼ “성지순례지 공동 1위 요르단 여행은 안전해요” ▼

오마르 알 나하르 주한 요르단대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둘러싸인 아라비아반도 북서부의 요르단. 기원전부터 아프리카와 인도를 잇는 무역루트가 지나는 반도 중심이다. 고대도시 페트라가 그걸 시사한다. 그래서 관광이 제1산업이다.

요르단은 성지 순례지로 이스라엘과 공동 1위. 예수의 세례터 외에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던 모세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숨을 거둔 느보 산도 요르단에 있다. 그런데 최근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서 발호해 요르단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래서 오마르 알 나하르 주한 요르단대사(46·사진)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국이 불안정한 주변국과는 달리 요르단은 여전히 평화롭고 안전합니다. 이슬람국가 여파로 외래 방문객이 지난해 약간 줄긴 했지만 안전이 확인되면서 올 들어서는 회복 중입니다.”

나하르 대사는 지난주(21∼23일) 요르단 사해에서 열린 ‘제8차 중동·북아프리카 세계경제포럼’을 예로 들었다.

“이 포럼은 다보스포럼의 후속 이벤트인데 한국인을 포함해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분야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8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불안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절대로 열리지 않았겠지요.”

그는 안전에 대해서는 더이상 걱정을 접고 로마 유적과 기독교성지, 사막과 강, 사해와 홍해까지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한 요르단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Travel Info ▼

찾아가기:
수도 암만까지는 인천 출발 직항편이 없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경유 편을 이용한다. 인천∼아부다비 10시간, 아부다비∼암만 4시간 소요.

여행코스: 암만∼와디럼∼아카바∼페트라∼사해∼암만. 상세한 여행정보는 주요르단 한국대사관 홈페이지’(jor.mofa.go.kr), 안전정보는 해외안전정보(www.0404.go.kr)의 ‘요르단’ 참조.

◇페트라: 수도 암만에서 데저트 하이웨이로 남쪽 220km 지점. 3시간 소요.

◇와디럼: 요르단 남서부 네푸드 사막에서도 해발 1000m의 고지에 형성된 황무지 산악지대(720km²). 페트라로부터 121km, 90분 소요.

◇아카바: 홍해의 항구. 홍해는 세계에서 물이 맑기로 유명한 바다로 수생식물이 다양해 다이빙 천국이자 휴양도시로 이름났다. 와디럼에서 60km, 자동차로 1시간.

주한 요르단 대사관: 홈페이지(한글) www.jordankorea.gov.jo/ko

요르단=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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