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공약가계부’ 수정 않고는 재정개혁 어림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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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5년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열고 10대 재정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제도 살리기 위해 지방교부금 제도 수술, 복지 지출 및 연구개발(R&D) 효율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복지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세금은 당초 추정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선 재정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개혁안에는 근본 대책이 빠졌다. 134조 원에 이르는 박 대통령의 공약가계부를 수정 보완하는 과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내년 예산절감 규모는 마른 수건 짜듯이 유사 중복사업을 조정한다 해도 1조 원 미만이 고작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연 10조 원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으나 절반도 지키지 못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갈등을 빚었던 3∼5세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은 1조 원 규모의 지방채를 시도교육청이 발행하도록 지자체 빚으로 떠넘겼다.

공약가계부는 연간 경제성장률 4%를 전제로 만든 것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률은 3.3%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세수 결손이 사상 최대인 11조 원이었고 재정 적자는 올해 33조 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5조 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채무는 공기업과 지방정부 채무를 빼고도 500조 원을 넘었다.

어제 회의에서 세수 확충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경제를 살려 재정 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말대로,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하늘에서 곶감 떨어지길 바라듯’ 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어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페이고(pay-go) 원칙”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새 사업을 추진할 경우 그만큼 수입 증대나 지출 절감 계획을 마련하는 게 페이고 원칙이다. 하지만 국회 탓만 할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해놓고 이미 부작용이 드러난 무상복지 예산 등 공약가계부를 구조조정하지 않는다면 임기 내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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