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기대 산업경제학과, 인문과 상경이 만나…인재 양성 ‘블루오션’ 개척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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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기대 송원근 교수(왼쪽)과 박종현 교수는 전국 대학 최초로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만들었다. 두 교수는 그 길이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이라고 믿고 있다. 경남과기대 제공
경남과기대 송원근 교수(왼쪽)과 박종현 교수는 전국 대학 최초로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만들었다. 두 교수는 그 길이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이라고 믿고 있다. 경남과기대 제공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길의 선두에 서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업경제학과 박종현 교수와 송원근 교수는 지난해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일을 벌였다.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부 교육과정을 전국 최초로 만든 것. 사회적 경제는 비교적 최근에 정착된 용어. 이른바 사회적 기업과 맥을 같이한다. 즉 기존의 시장부문과 공공부문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영역을 말한다. 구성 주체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비영리 기업,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영리 사단·재단, 취약 지역·계층의 자조조직 등 다양하다. 두 교수는 이런 업종에 종사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보았다.

회계정보학과와 영어과 교수들도 뜻을 같이해 3개 학과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별도의 연계전공 트랙을 만들었다. 계열 내의 융합시도는 많지만 인문사회와 상경계열을 묶는 시도는 유일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교과 과정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들은 좋아했다. 지난 2학기 처음 개설한 이 과정에 산업경제학과 학생 29명, 회계정보학과 31명, 영어학과 26명이 고르게 수강했다. 그만큼 학생들도 새로운 수요에 목말라 있었다는 뜻이다.

사회적 경제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고 전문가도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게 두 교수의 설명. 통계로 봐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0.4%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4.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협동조합 증가율이 82.3%나 되는 것도 고무적인 일. 사회적 경제가 발달한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일부 주정부의 경우 그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교육부도 경남과기대의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14 지방대 특성화지원사업(CK-1)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새로운 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남과기대 산업경제학과 학생들.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문길(4학년) 이다예(3학년) 이용수(2학년) 임기현(3학년) 강은지(4학년) 김재현 씨(3학년).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새로운 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남과기대 산업경제학과 학생들.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문길(4학년) 이다예(3학년) 이용수(2학년) 임기현(3학년) 강은지(4학년) 김재현 씨(3학년).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산업경제학과 4학년 강은지 씨(22). 그는 입학 초기 진로 때문에 ‘반수를 할까, 전과를 할까’ 고민했다. 한때는 공무원 시험도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2학기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트랙을 처음 접하고 생각을 바꿨다. ‘협동의 경제학’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기존과는 다른 삶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한신대 사회혁신 대학원에서 단기 연수를 하고 나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다. 연수기간 서울시 은평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동조합에 가보기도 하고, 손 편지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아나드림’ 대표의 강연도 들었다. ‘아나드림’은 장애우나 경력단절여성, 이주결혼자 등을 고용해 손 편지를 쓰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금 강 씨는 졸업 후 은평지원센터 같은 중간 지원조직에서 일할 생각이다.

창업동아리 ‘휴링(휴먼 링크)’ 회장 송문길 씨(24·산업경제학과 4년)는 요즘 신입 회원을 면접 보느라 바쁘다. 15명이 지원했는데 10명 이상을 뽑을 계획. 올해 목표는 교내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떤 기업을 만들지 고민할 생각이다. 훈련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1, 2학년 때 ‘소셜 파티’를 두세 번 기획한 경험이 자산이 됐다. 술 마시고 춤추는 클럽 파티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며 사회를 알아가자는 취지의 파티로 호응이 괜찮았던 편. 소셜 파티를 하면서 자금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신입 회원들에게 돈의 중요성도 일깨울 ‘10만원 프로젝트’도 시험 삼아 해볼 계획. 회원을 3개 팀으로 나눠 10만 원을 주고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가장 높은 소득을 내는 지 가려보자는 것. 이런 과정을 거친 뒤 공익과 이윤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겠다는 포부다. 졸업 후 송 씨의 꿈은 두 가지. 파티 플래너가 될지, 해외에서 더 공부해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물론 학생들이 이런 꿈을 꾸게 된 것은 사회적 경제 과정 트랙이 새로 생겼기 때문. 학교 측은 현재 부전공, 연계전공 트랙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복수전공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과기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에서 원주 연수를 마친 학생들. 학생들은 원주지역에서 협동조합 등을 둘러보았다. 경남과기대 제공
경남과기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에서 원주 연수를 마친 학생들. 학생들은 원주지역에서 협동조합 등을 둘러보았다. 경남과기대 제공

박종현 교수는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과정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은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 자신이 있었다. 또 동료교수들과 논의하다보니 이들 전문 인력은 경쟁만이 아니라 협동의 가치도 알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어느 영역이든 직무 능력(스킬)과 태도(애티튜드)가 중요하다. 사회적 경제 전문 인력의 경우는 직무능력 못지않게 태도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때문에 교과과정에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사회적 경제의 태동 배경 등을 역사나 철학, 인문학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을 만들었다. 또 설득, 협력. 협상 등 소셜 스킬에도 중점을 뒀다. 물론 직무능력도 중요한 비중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경남과기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의 성과발표회.  경남과기대 제공
경남과기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의 성과발표회. 경남과기대 제공

그래서 나온 신설 과목들은 실전적이다. 2학년 때 사회적 경제 인문학 특강, 사회적 경제 영어강독, 3학년 때 사회적 경제와 국제개발협력, 사회적 경제의 철학과 역사, 협동의 경제학, 사회적 경제 경영학을 배운다. 특히 사회적 경제의 철학과 역사 과목에서는 애덤 스미스, 표트르 크로포트킨, 칼 폴라니 등 사회적 경제 관련 대표 사상가의 철학을 소개하고 로버트 오언의 공동체 운동과 영국 로치데일 조합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가르쳤다. 이들 과목의 초점은 이윤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협동,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

사회적 경제 인재양성 트랙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과목은 사회적 경제 인턴십과 사회적 경제 연수. 4학년 과목이다. 학생들은 사회적 경제 인턴십 과목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서 4주간 현장실습을 한다. 학교 측은 취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회적 기업 등 27곳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사회연대은행, 한국사회투자,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경남협동조합협의회, 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등이 큰 우군이다.

산업경제학과 3학년 이다예 씨(21). 그는 지난해 2학년 2학기에 이미 4학년 권장과목인 사회적 경제 연수 과목을 들었다. 한 팀에 5, 6명씩 7개조가 각각의 팀 프로젝트를 2주마다 발표했다. 그의 팀은 진주시 화원협동조합을 조사했는데, 아직은 마케팅이나 기획에 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원주 지역 협동조합은 달랐다. 원주는 지학순 주교 등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협동조합의 전통이 강한 곳. 답사 전에 사전 조사는 기본. 원주밝은신협, 의료협동조합, 두루바른 협동조합 등을 방문했다. 그는 “원주지역은 외국의 협동조합만큼이나 잘 운영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경남과기대 학생들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뒤 한 컷. 맨 왼쪽은 송원근 교수, 왼쪽 세번째는 박종현 교수. 경남과기대 제공
경남과기대 학생들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뒤 한 컷. 맨 왼쪽은 송원근 교수, 왼쪽 세번째는 박종현 교수. 경남과기대 제공

학교 측은 또 현장지향형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경제에 종사하는 곽운학 작은 기업연구소 대표 등 전문 멘토 3명과 외부 멘토 15명을 운영위원으로 영입했다.

올해 산업경제학과 입학정원은 43명. 최초 합격자 평균등급은 3.8등급. 수시에서 40%, 정시에서 60%를 뽑았다. 장학금은 1인당 236만 원으로 많은 편이다. 특히 사회적 경제 연계과정을 들을 경우 장학금 지원이 많다. 성적우수자, 동아리 적극 활동학생에게는 국내 연수(무료)와 해외연수 비용의 상당액을 지원한다. 김재현 씨(22·산업경제학과 3년)는 2월 초 이탈리아 볼로냐 협동조합을 다른 학생 15명과 함께 다녀왔다. 경비의 70% 이상을 학교에서 지원해줬다. 그는 그곳에서 ‘레가코프’ ‘오픈 그룹’ 등을 방문했는데 “사회적 약자를 먼저 채용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2012년 68.3%, 2013년 72.5%, 2014년 63.8% 선. 취업분야는 여느 경제학과와 비슷하다. 금융기관이 많고 진주시청, 합천군청, 농어촌공사 등 공무원 진출도 활발하다. 학과는 사회적 경제 전문 인력이 배출되는 내년부터는 취업문호가 넓어져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 과정에 참가한 학생들은 ‘늘품나루’라는 활동보고서를 묶어냈다. 그 가운데 한 광고의 카피가 있었다.

‘대기업에 못가면 지는 걸까(26세)? 외제차를 못타면 지는 걸까(34세)?→왜 남의 생각, 남의 기준으로 살까?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경남과기대 사회적 경제 전문인력 양성 트랙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진주=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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