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야생 하이에나-표범 포획 동물-사람 병 옮기는 매개체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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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야생동물연구센터를 가다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팀은 탄자니아의 야생동물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을 수집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희귀한 기생충이 많다. 기생생물자원은행 제공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팀은 탄자니아의 야생동물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을 수집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희귀한 기생충이 많다. 기생생물자원은행 제공
해부를 위해 타위리(TAWIRI) 세렝게티 분원에 실려온 하이에나.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가 해부를 맡았다. 기생생물자원은행 제공
해부를 위해 타위리(TAWIRI) 세렝게티 분원에 실려온 하이에나.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가 해부를 맡았다. 기생생물자원은행 제공
《 “세렝게티 국립공원입니다. 하이에나가 죽었어요. 해부 전문가 있습니까?” 지난달 9일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동물 서식지인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탄자니아 국립공원 야생동물연구센터(TAWIRI·타위리)’ 세렝게티 분원에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센터의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의용절지동물은행장)는 곧장 해부 도구를 챙기고 나와 하이에나를 맞을 준비를 했다. 》

○ 희귀 생물자원의 보고(寶庫) 탄자니아

우리나라에서 직선거리만 1만 km가 넘고, 카타르를 경유해 비행기만 꼬박 15시간을 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 케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에 한국인 과학자가 ‘대기’ 하고 있었던 건 타위리에 있는 ‘연구소재은행(TWRRU)’ 덕분이다.

연구소재은행은 국내 연구소재중앙센터(KNRRC)가 탄자니아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3년 설립했다. 연구소재은행은 타위리 본부가 있는 탄자니아 제4의 도시 아루샤에 있다.

이연희 연구소재중앙센터장(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은 “매년 두세 차례 탄자니아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지 연구원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국내에 없는 희귀한 생물자원을 탄자니아에서 수집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이에나 진드기 채집하고 버펄로 세균 조사

“하이에나를 해부하면서 피부에 붙어사는 외부 기생충을 대거 확보했어요.”

용 교수는 참진드기와 벼룩이 담긴 시험관을 꺼내 보였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야생진드기에 의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외부 기생충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만큼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 교수는 탄자니아 야생동물에서 채집한 참진드기에서 열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인 리케차와 이형열원충 등의 존재를 확인했다.

신은주 서울여대 연구교수(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는 2년간 버펄로, 표범 등 야생동물의 귀와 분변 등에서 세균 샘플 2900여 개를 채취해 분석했다. 신 교수는 “탄자니아 가축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는 만큼 내성균이 야생동물로 옮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성균은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세균에 감염됐을 때 치료가 어려워진다.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기생생물자원은행장)는 간흡충, 촌충 등 몸속에 사는 내부 기생충을 수집해왔다. 엄 교수는 “동일한 학명의 기생충이라도 숙주인 동물이 다르면 모두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지난해부터 소의 간흡충과 야생 기린의 간흡충이 이름은 동일하지만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이먼 음두마 타위리 소장은 “연구소재은행이 설립되면서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기생충과 세균도 함께 보호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현지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해 한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루샤=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탄자니아#야생동물연구센터#하이에나#표범#연구소재은행#세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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