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패권 노리는 러, 나토 코앞까지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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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에 항구-공군기지 확보… 봄에 中과 합동군사훈련도 계획

러시아가 지중해 국가인 키프로스와 해군 및 공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했다. 지중해의 전략요충지로 꼽히는 키프로스 섬에 군사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 25일 모스크바에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국방, 안보, 경제, 에너지, 투자 협력 등에 관한 10가지 협정을 체결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키프로스에 경제적 실리를 안겨 주면서 지중해 진출이라는 안보적 이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이번 협정으로 키프로스의 리마솔과 라르나카 항구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리마솔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활동의 근거지인 아크로티리 영국 공군기지와 경계가 맞닿아 있는 곳으로 나토 전자감시 체제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는 항구다. 러시아는 아울러 키프로스 서남부의 파포스 국제공항과 함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공군기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포스 국제공항은 아크로티리 영국 공군기지에서 불과 50km 떨어져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협정이 EU 28개국의 대러 경제제재 결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제재를 받게 되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EU 회원국 중 러시아에 우호적인 키프로스 그리스 헝가리 등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군사협력 협정에 대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러시아 해군의 키프로스 항구 사용은 테러 방지와 해적 소탕 임무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군은 그동안 키프로스에서 동쪽 직선거리로 100km도 떨어지지 않은 시리아의 타르투스 항구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타르투스 항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지중해에서 새로운 항구를 확보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는 이번 협정으로 흑해에 갇혀 있던 러시아 해군력을 지중해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올봄 지중해에서 중국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를 장악하려 한다면 ‘지중해의 전통적 강자’인 미 해군과 해상 패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키프로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키프로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80% 이상을 러시아가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 러시아는 또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의 여파로 키프로스 은행 계좌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키프로스에 25억 달러의 금융 안정화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의 글로벌금융기구에 따르면 1994∼2011년 러시아에서 키프로스로 송금한 불법 자금 흐름은 최소한 2115억 달러에 이른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러시아#키프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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