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찰위성 6대 北 밀착감시… “한국 정보력 5배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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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대북 군사정보 공유]
日 전파감청-휴민트 역량 막강… 北 이동식미사일 실시간 추적 가능
일각 “MD 편입수순”… 정부 부인, “日집단자위권 힘 실릴것” 우려도
中외교부 “예의주시하고 있다”

1983년 9월 사할린 상공에서 사라진 대한항공 여객기가 옛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결정적 증거’를 가장 먼저 포착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 자위대 감청기지가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관제소 교신내용을 녹음해 미국에 제공한 것. 이로써 옛 소련의 만행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1987년 11월 북한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때도 일본의 정보력이 빛을 발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사용한 일본 여권의 위조 사실과 이들의 바레인 공항 탈출 계획을 파악했다. 현지로 일본 외교관을 급파해 바레인 경찰의 체포작전을 지원했다.

○ 일본의 첨단 정보능력 공유

일본의 정보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일 3국 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 공유 약정 체결로 한국은 일본의 첨단 정보전력이 수집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징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26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에 대한 ‘감시 사각지대’가 거의 사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대북 정보력이 5배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대북 정보력은 한국보다 ‘몇 수 위’로 평가된다. 일본은 한국에는 한 대도 없는 정찰(정보수집) 위성을 6대나 보유하고 있다. 지상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인 해상도 0.4m급의 광학위성 4대와 야간촬영이 가능한 레이더위성 2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북한 상공을 지나며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북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샅샅이 훑고 있다. 북한 전역의 이동식발사차량(TEL) 움직임도 24시간 감시 중이다. 일본은 2021년까지 해상도 0.25m급 고성능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의 신호정보(SIGINT) 수집 능력도 막강하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EP-3 정찰기는 동해상에서 북한 핵·미사일 기지의 교신내용과 전파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E-767과 E-2C 공중조기경보기, 이지스함 등 다양한 정보수집 전력을 공유하면 한미 연합정보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일본의 대북 인적정보(휴민트·HUMINT) 역량도 간과할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 촉수를 대고 있는 일본 정보당국의 휴민트를 통해 김정은 권부의 동향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 속도는 1.5초

약정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자국이 수집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밀을 미국을 거쳐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주고받는다. 특히 전술지휘통제(C4I) 체계 같은 온라인 방식을 이용하면 미국을 ‘중간통로’로 한일 간 관련 기밀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주한미군과 북한의 탄도탄 정보 탐지 추적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이 체계가 구축되면 한미일 3국 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를 1.5초 내로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약정 체결이 한국의 미일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수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일 MD 체계와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한국의 ‘간접 참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MD의 구상부터 개발, 실전배치 및 운용까지 일체화한 미일 양국과 달리 한국은 독자적 방어망을 구축 중”이라며 “정보 공유만으론 MD 편입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 한일 정보보호협정과의 차이

29일 체결할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협정이 정부 간에 체결하는 조약인 반면 약정은 부처 간 체결하는 각서에 해당한다는 점. 협정에서 약정으로 격(格)이 낮아지면서 국무회의 상정이나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피하려는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GSOMIA는 한일 간 군사정보 전반을 다루는 포괄적 성격이었지만 이번 약정은 ‘북핵·미사일 정보’로 그 범위를 제한했다.

일각에선 이번 약정 체결이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현재 미일 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평화헌법 해석 개헌을 반영한 방위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GSOMIA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동시에 추진됐던 것을 보면 이번 약정 체결 이후 한국군이 자위대에 탄약 유류 등을 지원하는 ACSA 체결까지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관련국들이 상호 대화와 신뢰를 촉진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조숭호 기자
#군사정보#공유#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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