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사서 김진승 씨·도시계획가 한효덕 씨·웹툰 작가 전선욱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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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만난 어린이도서관 사서

김진승 사서(왼쪽)를 만난 서울등마초 5학년 이규원 군(오른쪽)과 서울지향초 4학년 박서현 양.
김진승 사서(왼쪽)를 만난 서울등마초 5학년 이규원 군(오른쪽)과 서울지향초 4학년 박서현 양.
▼“도서관에서 ‘보물찾기’ 해보세요” ▼

‘예술’ ‘문학’ ‘역사’ ‘자연과학’ 등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이 분류되어 있다. 수만 권에 달하는 도서관의 책을 정리, 관리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가 바로 ‘사서(司書)’.

보통 사서라고 하면 ‘책을 정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할 뿐 자세한 업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소 책 읽기를 사랑하며 도서관을 자주 찾는 서울등마초 5학년 이규원 군, 서울지향초 4학년 박서현 양이 사서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두 초등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을 찾아 사서 김진승 씨를 만났다.

하루 6000권 정리


올해로 사서 경력 25년인 김 씨는 남산도서관, 동대문도서관 등 서울시의 여러 도서관에서 근무하다 어린이도서관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사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고 이 군이 묻자 김 씨는 “사서는 크게 세 가지 업무를 한다”라고 답했다.

기본적인 업무는 도서관의 책을 수집하고 정리하며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여기에 이용자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독후감상문 대회와 같은 독서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는다. 또 사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교육행사도 기획하고 진행한다.

김 씨는 현재 어린이도서관의 자료실 가운데 하나인 ‘책누리1실’의 업무를 총괄한다. 반납함에 든 반납도서를 정리하는 일로 시작되는 자료실의 업무는 망가진 책을 풀이나 테이프로 붙여 보수하는 일, 새로 나온 책을 서가에 정리하는 일 등으로 이루어진다.

“하루 동안 이곳에서 대출, 반납, 열람되는 책의 양은 6000여 권에 달하지요.”(김 씨)

봉사정신 가져야


박 양이 “사서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라고 질문했다.

김 씨는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함께 찾았을 때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기획한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이 직업의 매력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김 씨는 지역의 다문화가정 주민들과 도서관에 텃밭을 만들고 땅콩, 들깨를 길렀던 ‘다문화농부학교’를 진행했다.

이들이 1년 동안 텃밭을 가꾸며 서로 친해지고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사서는 도서관을 찾는 여러 사람과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다. 김 씨는 “책을 좋아하는 것 말고도 사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봉사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기꺼이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

사서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전공해 학위를 받으면 2급 정사서 국가자격증이 발급된다. 이 자격증을 지닌 사람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할 수 있다.

“가까운 도서관 가보세요”

늘 책을 만지고 읽으며 책 가까이에서 일하는 직업인 사서. 출퇴근길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그에게 독서가 중요한 이유를 물었다.

“책을 통해 여러 경험을 하면서 내가 성장한다는 것을 느껴요.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이 곧 꿈을 찾는 과정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지요.”(김 씨)

그는 독자들에게 “도서관에 오면 여러 책 가운데 내게 맞는 책을 찾는 ‘보물찾기’를 할 수 있다”면서 “친구와 가족과 함께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한효덕 도시계획가(가운데)를 만난 경기 성남백현초 6학년 조호영 군(왼쪽)과 서울을지초 5학년 양재연 양.
한효덕 도시계획가(가운데)를 만난 경기 성남백현초 6학년 조호영 군(왼쪽)과 서울을지초 5학년 양재연 양.
▼초등생이 만난 도시계획가… “북적북적 대도시 볼 때 뿌듯해요”▼

‘물의 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주황색이다. 거의 모든 건물이 주황색 벽돌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선택은 베네치아 사람들의 우연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다. 베네치아를 주황색의 도시로 꾸미겠다는 도시계획가의 청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명물 에펠탑도 마찬가지. 에펠탑 주변에는 건물이나 상점이 없어 멀리서 보면 에펠탑만 우뚝 솟아 있는 모양이다. 에펠탑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도시계획가의 배려다.

도시계획가.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전문가. 도시계획가의 비전에 따라 도시는 특별한 색깔이나 모양이나 콘셉트로 생명을 얻는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도 도시계획가의 손길이 미쳤다. 1989년부터 신도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가 한효덕 씨는 주택단지의 위치와 규모, 형태를 결정하는 데 참여한 인물.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택지사업1처 부장인 그는 25년 동안 도시계획가로 일하며 경기 광명시와 성남시 판교·분당, 세종시 등의 도시계획에 기여했다.

‘건축가’를 꿈꾸는 경기 성남시 백현초 6학년 조호영 군과 ‘디자이너’가 꿈인 서울을지초 5학년 양재연 양이 최근 경기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한 씨를 만나 생생한 직업이야기를 들어봤다.

새처럼 넓은 눈을

도시에 사람이 많이 몰려 살 곳이 부족해지면 미개발 지역에 새로운 도시를 세운다. 도시계획가는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더 낫게 업그레이드하는 일에도 참여한다.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도시 목적에 맞게 도시를 설계한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서울 인구를 분산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주택단지를 많이 만든 것. 전체적인 모양이 정해지면 해당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느 곳에 도로망이 필요한지, 학교나 백화점 같은 시설은 어디에 있어야 좋을지 등을 결정한다.

“도시계획가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새의 눈으로 도시 전체를 봐야 해요. 또 바닥에 붙어 다니는 벌레의 눈도 되어야지요. 작은 부분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한 씨)

주민 의견 귀 ‘쫑긋’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한 장소를 수십 회 방문해야 한다. 또 만들 도시의 모양이 담긴 조감도와 현재 모습을 나타낸 지도를 늘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

조 군과 양 양은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다. 한 씨는 “끊임없이 좋아지려는 노력을 하는 도시”라고 답했다.

도시계획가는 주민의 의견을 들어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간다. 1990년대 초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를 처음 건설했을 때는 개발에 집중했다. 이후 주민들이 맹꽁이 같은 동물이 사는 서식지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하자 다음 개발 때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성을 갖고 진행됐다. 결국 판교는 자연과 함께 살아 숨쉬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발전한 모습 보면 뿌듯


아무리 화려한 건물이 많아도 사람들이 살기 불편하다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다. 모두가 만족하는 도시를 만들려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고루 듣고 받아들여야 한다.

한 씨는 “도시계획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조 군이 “도시계획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한 씨는 “대학에서 도시공학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한 후 한국직업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도시계획사’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양 양이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라고 질문하자, 한 씨는 “내가 설계한 도시에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을 봤을 때”라며 웃었다.

“1990년대 초반 경기 군포시 산본 신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했어요. 얼마 전 산본역에 가보니 백화점이 생기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시 고생했던 기억이 싹 날아가는 듯했습니다.”(한 씨)

전선욱 웹툰 작가(오른쪽)를 만난 서울 정의여고 2학년 천응경 양.
전선욱 웹툰 작가(오른쪽)를 만난 서울 정의여고 2학년 천응경 양.
▼고교생이 만난 웹툰 작가… “웹툰 위해 하루 12시간 작업” ▼

매주 토요일이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프리드로우’란 단어가 오른다.

프리드로우?

바로 네이버에 토요일 연재되는 웹툰 제목이다. 토요일 오르는 웹툰 가운데 조회수 1위인 이 웹툰은 고교생 사이에서도 큰 인기다.

프리드로우는 불량 청소년이던 한태성이 학교 만화부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 아마추어 작가들이 경쟁하는 네이버 웹툰 코너 ‘베스트 도전’에 지난해 7월 연재되기 시작해 70만 건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두 달 만에 ‘요일별 웹툰’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프리드로우의 애독자인 서울 정의여고 2학년 천응경 양이 이 웹툰을 그리는 전선욱 작가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게임회사? 아니, 만화가!

초등 2학년 때부터 공책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전 작가는 결국 대학을 애니메이션영상학과로 진학했지만 정작 만화가가 되겠다고 꿈꾼 적은 없다. 잘나가는 웹툰 작가들은 월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만화가는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 그가 게임회사에 취직하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리드로우는 전 작가가 군 생활 중이던 2009년 취미 삼아 그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연재한 것은 게임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몸 풀기’였다. ‘게임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태블릿(펜으로 조작하는 컴퓨터 입력 장치)은 쓸 테니 기왕이면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며 태블릿 쓰는 연습이나 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우연히 전 작가의 만화를 본 그의 아버지는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테니 제대로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만화가가 되기보단 회사에 취직하기를 바랐던 부모님이 마음을 바꾼 게 전 작가에겐 큰 힘이 됐다.

‘의외성’ 캐릭터가 재미

천 양은 프리드로우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처음 떠올리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했다. 전 작가는 “작품을 할 땐 가장 먼저 캐릭터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처럼 의외성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파커는 학교에선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슈퍼히어로로 변신하는 ‘반전 매력’이 있지요. 프리드로우의 경우 주인공 한태성은 만화에 파묻혀 방 안에서만 지내지만 의외로 학교에선 수많은 후배들을 거느리는 ‘일진’ 같은 존재이지요. 여주인공인 구하린은 집안 좋고 얼굴도 곱상하지만 성격은 왈가닥이에요. 이렇게 ‘반전’ 캐릭터를 정하자 재밌는 스토리들이 마구 떠올랐어요.”(전 작가)

하루 12시간 작업… 성실함이 중요


전 작가가 만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배경’. 그의 작품에는 거의 모든 컷에 그가 촬영한 풍경사진이 배경을 이룬다.

전 작가는 “생동감 있는 풍경은 캐릭터가 실제로 그 공간에 살아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준다”면서 “내 작품에 나온 배경이 알려지면서 명소가 된다면 좋겠다”며 웃었다.

천 양이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라고 묻자 전 작가는 “마감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연재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정도 만화를 그리다 보니 시간개념 자체가 사라진다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 작가는 “만화를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는 끈기와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유서현 인턴기자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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