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범’이 ‘왕’ 눌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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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그랑프리 81kg급 4강서 맞대결… 이마 부상에도 판정승 뒤 우승까지

“왕기춘은 세계가 인정하는 선수 아닌가. 같이 열심히 해 한국 유도 발전을 이끌고 싶다.”(김재범)

“최근 유도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오늘 져서 마음이 아프지만 다음을 기약하겠다.”(왕기춘)

81kg급에서는 김재범(29·한국마사회)이 왕기춘(26·양주시청)을 이겼다.

김재범이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81kg급 준결승에서 왕기춘에게 지도승을 거뒀다. 7년 5개월 만에 왕기춘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였다.

김재범과 왕기춘이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3월에 열린 회장기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73kg급에서였다. 용인대 신입생이던 왕기춘은 준결승에서 당시 최강자 이원희(33·여자 대표팀 코치)를 제친 데 이어 결승에서 김재범마저 꺾고 우승했다. 왕기춘은 그해 6월 최종 선발전 결승에서도 김재범을 이겼다. 이원희에 이어 왕기춘까지 등장하자 김재범은 그해 10월 81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체급을 바꾼 김재범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승승장구했다. 반면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왕기춘은 지난해 11월 체급을 올렸다.

같은 체급이 됐지만 1년 넘게 맞붙지 못했던 둘의 ‘빅매치’는 6번째 대회에서 성사됐다. 왕기춘이 초반 지도를 받았고 이후 둘 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아 2개씩의 지도를 더 받았다. 패배 위기에 몰린 왕기춘은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발뒤축걸기를 시도했지만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왕기춘에게 머리를 받혀 오른쪽 눈썹 부위가 찢어진 김재범은 붕대를 감고 남은 경기를 마쳤다. 김재범은 결승에서 벨기에의 조아킴 보티오를 양팔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고 2연패를 달성했다. 왕기춘은 동메달을 땄다.

일본의 귀화 요청을 뿌리치고 2월 한국에 온 재일교포 3세 안창림(20·용인대)은 남자 73kg 결승에서 이스라엘의 사기 무키를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꺾고 우승했다.

제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김재범#왕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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