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문제오류 지적 나몰라라… 수정 후엔 어물쩍 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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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 교재 둘러싼 어느 수험생의 외로운 투쟁기

이 씨가 문제 제기한 법과 정치 EBS 수능 완성교재 112쪽 2번 문항.
이 씨가 문제 제기한 법과 정치 EBS 수능 완성교재 112쪽 2번 문항.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과목 복수정답 인정 사태는 EBS 교재대로 답한 학생들이 오히려 오답 처리될 뻔한 사례다. 그런데 수능을 준비하던 수험생이 EBS 교재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정정하기 위해 법무부에 유권해석까지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에서 수능을 준비하던 이수환 씨(20)는 9월 16일 EBS에 문제 정정을 신청했다. EBS ‘법과 정치’ 수능완성교재 112쪽 2번 문항은 ‘검사는 결정 전 조사를 했을 것이다’라는 지문이 맞다고 서술해 마치 검사가 당연히 결정 전 조사를 하는 것처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법에 의하면 이는 검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안 해도 되는 절차였다.

이 씨가 정정을 신청한 지 하루 만에 EBS는 이상한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 친구와 통화했는데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법무부의 공식 확인을 기대했던 이 씨는 이런 답변이 황당했다. 이 씨는 직접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검사의 재량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법무부의 답변을 받고 그것을 보여 주고 나서야 EBS는 잘못을 시인했다.

며칠 뒤 EBS 홈페이지를 확인한 이 씨는 더 어이없는 상황을 목격했다. 문제가 고쳐지기는 했지만 ‘문제 오류’가 아니라 ‘표기 정정’으로 공지됐다. 맞춤법이 틀리거나 편집상 오류로 공지한 탓에 전국 4만여 명의 법과정치 선택 수험생 중 4000여 명만이 이 게시글을 확인했다. 이 씨는 “수능을 한 달 남긴 수험생이 아까운 시간을 쪼개 알아본 건데 EBS가 꼼꼼히 살펴보지도, 잘못을 정확히 알리지도 않아 정말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수능 전 정정 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대로인 문제도 있다. 같은 교재 116쪽 문제는 단결권에 제한이 없는 주요방위산업체 근로자를 단결권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서술했다. EBS는 지난달 중순 오류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이를 공지하지는 않았다. 이 씨는 “수능에 안 나왔으니 다행이지 이 내용이 나왔으면 이번 복수정답 문제처럼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인터넷 게시판에 정오표 올리는 직원이 실수로 해당 문항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에도 다른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EBS 측은 ‘학교 현장에서 법 관련 교과를 6년 이상 가르쳤기에 해당 내용 정도는 잘 알고 있다’면서 정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판결이 아니라 결정’이라는 2012년 이 씨의 정정 신청에는 ‘판결이라 써도 오류가 아니며 학생들에게 결정과 판결을 나누어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EBS 측은 이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교육과정 이탈’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EBS에 정정 신청하면 일단 변명하기 바쁘고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라며 “EBS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저는 정말 정확하게 가르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범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BS 문제 오류#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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