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석]학교 야구부 더 있어야 기적의 역사 잇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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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
지난달 25일 새벽, 많은 야구팬이 잠을 설치면서 중계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 라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을 나 역시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미국을 완파하고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한편으로는 그 유서 깊고 아름다운 야구장에서 수만 관중이 여유롭게 관전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이 왜 야구의 나라인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아마추어 야구계도 전용 야구장 확보가 간절한 숙원이었다. 2008년 3월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된 이후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가 2일 드디어 그 숙원이 해결됐다.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가 체결한 상호협력 협약에 “서울시는 목동야구장을 대한야구협회에서 전용 사용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번 협약에는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하는 주요 대회를 서남권 돔구장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과거 동대문야구장 철거에 앞서 2만 석 이상의 국제 규격 야구장을 건립한다는 내용에 서울시와 합의했었다. 하지만 약속한 야구장이 돔구장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꼬였다. 돔구장 운영에 드는 연간 1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아마 야구가 감당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서울시 관계자들의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대한야구협회도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검토를 거듭했다. 양쪽의 이러한 노고가 쌓이고 쌓인 끝에 협약이 성사됐다.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야구의 발전이 긴요하다. 현재 고교 야구부가 62개인 상황에서 10구단 체제는 안정적일 수 없다. 더 많은 학교 야구부가 창단되어야 프로야구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더욱 굳게 손을 잡아야 한다.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11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시행과 함께 아마추어 야구는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전국의 고교 야구부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국대회 참가 거부를 선언한 것이 지난해 봄이었다. 주말 리그가 시행되면서 대폭 축소된 전국대회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 그들의 간절한 요구였다. 정부를 설득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고교 야구는 평온을 되찾았지만 프로 드래프트 시기 변경 등 개선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목동야구장 확보를 통해 아마추어 야구계의 가장 큰 과제인 인프라 확충의 교두보가 마련됐듯 이번 기회에 전용 경기장이 7개에 불과한 리틀 야구의 인프라 개선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리틀 야구의 산실인 장충동 야구장을 작은 영웅들에게 넘겨주는 것은 어떨까. 국민 여러분의 더 큰 사랑을 부탁드린다.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KBO#아마추어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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