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는 시계입니까 기계입니까” 질문의 정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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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가 시계라고 생각하세요?"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3일(현지 시간) 공개한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 S'를 비롯한 스마트워치는 "시계가 아닌 기계"라고 강조했다. 시계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를 찰 것이고, 스마트워치를 찾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대용품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를 또 다른 스마트 기기로 보고 그에 맞춰 제품 개발을 해 온 삼성전자의 시장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처음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총 6개의 스마트워치를 내놓으면서 점점 시계보다는 스마트폰 축소판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시켜왔다. 가장 최신판인 기어 S는 통화 기능을 탑재한 데다, 쿼티 자판과 홈버튼까지 갖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스마트폰과 더 유사해졌다.

반면 9일(현지 시간) 마침내 '애플 워치'를 시장에 공개한 애플의 전략은 삼성전자와는 다르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곤경에 처하게 할 것(Switzerland is in trouble)"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워치를 스마트기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규정하고 스와치와 롤렉스 등 아날로그 시계업체들을 경쟁상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애플워치를 '스포츠 에디션', '럭셔리 골드 에디션', '일반 에디션' 등 서로 다른 디자인의 에디션으로 구성했다. 패션업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인 '컬렉션'도 사용했다. 특히 럭셔리 골드 에디션은 18K 금을 사용해 가격대가 높게는 1000만 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웬만한 명품 시계 뺨치는 가격이다.

애플의 노골적인 공세에 전통적 시계 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루이뷔통의 고급 시계 사업부를 관장하는 장 클로드 비베 부문장은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워치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스마트워치들과 너무 똑같이 생겼다"며 "명품에는 영속적인 점이 있으며, 흔치 않고, 고급스러움을 전달하지만 애플 워치에는 그런 게 없다"고 혹평했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애플 워치 출시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워치가 2000만 대 팔리면 스와치의 저가시계 산업 규모가 25% 줄어들고 영업 이익이 11%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 평가를 반영하듯 스와치의 주가는 10일 1.8% 떨어졌다.

최근 세계 최초로 원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가장 전통적인 시계에 가까운 디자인의 'G 워치 R'을 내놓은 LG전자도 '시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원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 사각 디스플레이에 비해 보여질 수 있는 정보 양도 적고 실행하기 어려운 애플리케이션도 많지만 현재 세계 시계 시장의 3분의 2 이상이 원형 시계임을 감안해 내놓은 디자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각형보다는 원형 시계가 가장 정확한 시간을 나타낼 수 있어 전통적 시계 업체들은 원형 시계를 선호한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원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워치의 진입장벽을 내린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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