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마약사범 20여명, 中서 1심 사형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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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인 2명 13년만에 사형집행
필로폰 50g 이상 제조-유통땐 중형… 한국정부 강력 호소에도 극형 내려

중국 사법당국이 6일 한국인 2명에 대해 사형 집행을 단행한 것은 마약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인이 마약사범으로 중국에서 처형된 것은 2001년 신모 씨 사례 이후 13년 만이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정부의 호소를 외면하고 극형이라는 처벌 수단을 택한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사형제를 택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 유통시킨 마약의 양에 따라 형량 결정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수감된 한국인 마약사범은 102명에 달한다(2013년 6월 30일 기준). 외교부 당국자는 “수감된 이들 가운데 20여 명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부분은 2심에서 집행을 유예받고 현재 중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 동향을 보면 2009년 24명이던 한국인 마약 범죄자는 2011년 3명까지 줄었다가 2012년 16명으로 다시 늘었다.

중국 형법(347조)은 1kg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헤로인·필로폰을 제조 운반 판매하는 사람에 대해 15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형이나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은 몰수된다. 6일 사형이 집행된 김모, 백모 씨는 필로폰 14.8kg을 북한에서 밀수해 이 가운데 12.3kg을 한국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사형을 집행한 것에는 이들이 유통시킨 마약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형 집행을 예고한 또 다른 한국인 마약사범 장모 씨(56)도 필로폰 11.9kg을 밀수 운반 판매한 혐의여서 집행을 유예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마약 공급책 역할 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

중국의 이런 결정에는 마약 공급책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제조된 마약은 ‘빙두’ ‘얼음’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이를 운반해주고 수고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한국인 마약사범이 사형을 유예받았다고 해도 국내 송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국과 수형인이송협정을 맺고 있지만 마약사범에게는 적용된 사례가 없다. 2008년 이후 한국 정부가 외국에 수감된 한국 수형인을 송환 대상자로 선정한 사례는 101명이다. 이 가운데 상대국 동의를 얻어 국내에 이송한 수형인은 45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마약사범의 사형 집행에 국적을 불문한다. 2009년 영국인 1명, 2010년 일본인 4명, 2011년 필리핀인 4명, 2013년 필리핀인 1명, 올해 파키스탄인과 일본인 각 1명 등 외국인 마약사범의 사형을 집행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마약범죄로 사형에 처해진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마약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마약사범#사형집행#필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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